상단여백
HOME 칼럼 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
연대감을 찾는 시간2021년 겨울, 애도의 음악들
  •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13 11:17
  • 댓글 0

올 겨울 공연장은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다. 공연장들은 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운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관객들과 공감대와 연대감을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즉 심리적인 방역도 시도한다. 음악은 어떤 예술장르들 보다도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감정을 장악한다. 이런 이유로 2021년 겨울 공연장에는 추모 성격을 띤 음악들이 부쩍 많아졌다.

 

1월 서울시향은 지휘자 성시연과 함께 추모곡들을 본격 무대에 올렸다. 이들은 하이든 교향곡 ‘슬픔’, 루토스와프스키 ‘장송 음악’, 쇼스타코비치 실내교향곡 현악 사중주 8번 편곡 버전을 무대에 올렸다.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8번은 쇼스타코비치가 본인 장례식에도 연주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향 단원들의 조직력은 훌륭했고, 관객들에게도 음울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관객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기억하고 이겨나갈 연대감을 찾는 시간이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휘자 홍석원과 함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선곡했다. 차이콥스키의 6개의 교향곡 중 마지막 교향곡이며 가장 비극적인 작품이다. 작품의 마지막 악장은 인간의 죽음을 암시하 듯 조용하고 숨이 꺼져가듯이 끝난다. 우연하게도 차이코프스키는 이 작품의 초연 9일 후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사망의 원인은 아직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비창’ 이라는 제목의 작품만 남게 되었다. 이 날 공연을 이끈 지휘자 홍석원은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선임되었다. 홍석원은 서울대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대학에서 지휘과 디플롬과정 및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임기는 2년으로 2023년 4월까지다.

KBS교향악단은 지휘자 프란시스코 발레로–테리바스(Francisco Valero-Terribas)와 함께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을 골랐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모리스 라벨이 작곡한 최고 걸작이다. 라벨은 세계대전 시기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수많은 동료들을 잃었다. 게다가 라벨은 1차 세계대전에 운전병으로 직접 참전하며 전쟁의 참혹함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했다. 라벨은 그래서 ‘쿠프랭의 무덤’ 작업에 착수한다. 그리고 각각의 악장에는 전쟁으로 희생된 동료들의 이름을 적었다. 모두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자크 샤를로(Jacques Charlot), 장 크루피(Jean Cruppi), 가브리엘 들뤼크(Gabriel Deluc), 피에르&파스칼 고뎅 형제(Pierre & Pascal Gaudin), 장 드레퓌스(Jean Dreyfus), 조셉 드 말리아베(Joseph de Marliave). 악보에 적힌 희생자들의 이름이다.

 

지금도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은 프랑스 음악의 자존심으로 꼽힌다. 엄격한 형식 안에 담은 프랑스 감수성은 수많은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KBS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았던 프란시스코 발레로-테리바스는 ‘쿠프랭의 무덤’ 바로 뒤에 연주한 레벤티노 협주곡의 작곡가 마누엘 팔라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마누엘 팔라우가 파리에서 공부할 당시 모리스 라벨과 샤를르 케크랑(Charles Koechlin)의 도움을 받았다. 마누엘 팔라우의 작품에서 다양한 프랑스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허명현(음악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