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 가을은 브람스의 계절
  •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09 23:36
  • 댓글 0

가을은 브람스의 계절

가을은 브람스의 계절이다. 그렇게들 부른다. 저마다의 이유로 가을에 브람스를 찾기 때문이다. 우수에 젖은 브람스의 선율이 가을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가을날 고독해 보였던 브람스의 삶이 비춰지기도 한다. 실제로 브람스가 만드는 음악은 엄격해 보이지만 한번에 귀에 감길 만큼 매력적이다. 대표적으로 교향곡 4번을 예로 들 수 있다. 교향곡 4번의 도입부를 듣고 있으면, 슬픔을 참아보려 애써도 손틈 사이로 슬픔이 새어나오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밖에도 이유야 어떻든 브람스의 작품들이 가장 사랑받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그렇게 KBS교향악단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모두 11월 정기공연을 브람스 작품들로만 공연을 구성했다. 특히 이 두 단체 모두 1부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배치했다. KBS교향악단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했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협연했다. 그리고 2부는 각각 브람스 교향곡 2번, 그리고 4번을 연주했다.

두 피아니스트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브람스는 생애동안 단 2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이 두 작품 모두 굉장히 까다롭게 다가온다. 두 작품 모두 굉장한 체력을 필요로 한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곡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다양한 테크닉 뿐만 아니라, 연주자가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종류도 다양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은 작품이 가진 유명세에 비해 덜 연주된다. 곡을 해석하는데 연주자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곡의 대부분을 연주자의 판단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급 피아니스트들에게도 여타 피아노 협주곡들 보다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곡 자체가 이미 노래를 하고 있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등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들 역시 마찬가지로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지만,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만큼 연주자의 해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이제 두 피아니스트는 거대한 산을 넘기 시작했다. 우선 먼저 협연한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과감하고 단호한 톤으로 전체적인 연주를 잘 이끌었다. 그리고 따뜻하게 피어 오른 여린 2악장은 관객들이 가장 몰입할 수 있었다. 여러 번의 벨소리로 2악장 동안 피아노의 독백은 여러 차례 위협을 받았다. 하지만 이진상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독백을 이어갔으며, 때로는 곡에 담긴 오케스트라 텍스추어를 부각시키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3악장 역시 본인만의 단호한 톤으로 곡을 멋지게 마무리 지었다. 선우예권 역시 본인만의 색깔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완주했다. 대단한 스태미너로 곡을 끝까지 이끌고 갔으며, 2악장에서는 각 파트의 악기들과 절묘하게 톤이 섞이며 브람스가 의도한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앙코르 역시 브람스의 소품을 선택해 가을 분위기를 더했다. 두 피아니스트 덕에 관객들은 올해도 브람스의 가을에 빠져들 수 있었다. 2020년도 이렇게 브람스와 함께 가을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여전한 코로나 바이러스

작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가을을 맞아 각 단체들마다 브람스가 연주되었지만, 2020년은 여느 때와는 다르다. 현재 2020년 11월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이슈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확산세는 그칠 줄을 모른다. 공연계는 여전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어 클래식 공연장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공연장은 객석을 50퍼센트만 오픈하여 운영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준비하던 공연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 코로나는 우리를 다시 덮쳤다. 12월 공연장은 다시한번 얼어붙을 예정이다. 정말 어느 해보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다. 한 해 동안 연주자들과 관객들은 공연장을 잃었고, 관련 산업들은 유례없는 위기다. 대형 오페라단들이 해산하고, 단체들의 시즌 공연들은 멈췄다. 비록 누구도 사상초유의 사태에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음악 안에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 내길 바랄 뿐이다.

 

허명현(음악 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