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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부석사의 사계_‘들리는 음악’의 대서사창작합창교향곡 <부석사의 사계>

음악의 새로운 장르는 어떻게 태동(胎動)하는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양식(樣式)은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숙성하며 절정의 분위기를 맞는다. 그러면서 계속 변이(變移)를 갖는다. 새로움을 찾는 예술의 특성은 이전과 다른 양식으로 변화로 이어진다.

지난 10월 23일과 24일, 경북 영주국민체육센터에서 ‘2020세계유산축전’의 일환으로 창작합창교향곡 <부석사의 사계> 프리미어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23일은 전야제 형식으로 하이라이트 무대를 선보였고, 다음날인 24일 토요일 본공연의 무대가 펼쳐졌다. 코로나 확산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당초 공연장소인 소수서원에서 영주국민체육센터로 옮겨졌고 제한적인 객석에도 불구하고 본공연 당일인 24일 오후, 현장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욱현 영주시장 및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공연은 ‘부석사의 사계’ 공연을 위해 창단된 오케스트라 심포니 ‘사계(단장 신현각)’ 의 70명의 연주와 오페라 합창경험이 풍부한 그란데(GRANDE) 오페라합창단, 광명오페라합창단, 장신대합창단 등 85명의 합창단이 참여해 웅장함을 더했고, 소프라노 박미혜·신지화·김순영·김정우,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박현준· 김중일, 바리톤 정광빈·김동섭 베이스 김요한 등 10명의 솔리스트와 협연으로 부석사의 ‘사계’를 노래했다.

부석사의 자연과 태동,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스토리가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선율로 감동적으로 울려 퍼졌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맞춘 4악장의 구성은 1악장 만물이 소생하는 봄으로부터 2악장 생동하는 여름의 생생함과 3악장 맺지 못한 사랑의 슬픔이 가을의 낙엽 속에 스미고, 4악장 눈 덮인 설경의 겨울로 침잠하기까지 사계절의 뚜렷하고 생동감 있는 변화가 음악으로 전해졌다. 부석사 범종의 묵직하고 긴 여운에 이어 큰북의 힘찬 울림으로 시작하는 무대가 열리면 설렘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서사가 담긴 노래는 독창, 중창, 합창 속에 적절히 녹아들고, 선율은 풀 편성의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장엄한 피날레를 맺었다.

1악장의 부석사의 봄은 바리톤 김동섭의 노래로 천년을 이어온 부석사의 비밀스런 시간의 문이 열리면 부석사를 둘러싼 주변 자연의 생동하는 생명력이 피리, 캐스터네츠 등 적절한 기악의 쓰임으로 활기를 띤다. 봄의 교향악처럼 잔잔히 퍼져오는 새소리는 소프라노 김정우가 꾀꼬리인양 노래하고, 개화하는 꽃들의 형상은 양송미가 선율을 입힌다. 계곡의 물소리, 천둥소리, 번개 등 음악적 묘사가 새로운 ‘사계(四季)’ 음악의 탄생을 알린다.

 

2악장에서는 천년 고찰 부석사 건축의 미적인 묘사와 함께 부석사에 전해지는 선묘낭자와 의상대사의 러브스토리가 전개된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태풍과 번개가 몰아치는 굵은 빗방울에 멜로디가 실리고 찬란한 여름의 격동의 시간이 지나 비구름이 걷히며 서서히 개이어 비쳐드는 햇빛 사이로 잔잔히 음악이 흐르면 ‘맑아진 하늘과 비를 머금은 나무의 전주’ 선율로 청량함이 전해진다. 테너 김중일,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가 노래했다.

3악장에서는 사계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테마 아리아가 애절하게 심금을 울린다. 선묘와 의상대사의 맺어지지 못한 사랑은 소프라노 김순영의 ‘선묘 아리아’ 로 절절하다.

“바람 되어 따라 가리다. 죽어서도 따라가리라.

그대 마시는 물이 되어 물이 되어 따라가리라“

 

박현준의 테너 아리아는 사랑의 전설을 노래한다.

“그 사랑 부석이 되어 그 사랑 전설이 되었네.

흐르는 그의 눈물 부석이 되었네. 그 이름 사랑!“

 

4악장은 태고의 세월을 비켜간 듯 고고하고 처연한 부석을 노래한다. 애절한 사랑도 기나긴 시간 속에 천년의 시간을 굽어 변하지 않는 미소로 새 천년을 열어가노라고~. 하얀 눈이 고요히 날리는 속에 대합창의 울림이 장엄하다.

 

“안양루에 오르니 온 세상이 신비롭게 펼쳐진다.

땅과 하늘 봉우리가 노래한다. 하늘의 축복이여 영원한 부석이여“

 

 

'단순성(Simplicity)'으로 온 청중의 심금 울리다

                                "

 

합창교향곡 ‘부석사’는 어떻게 나왔을까. 배경과 원인이 흥미롭다. 물론 베토벤의 제 9번 교향곡을 흔히 합창 교향곡이라 부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 창작에서는 생소하며 이 이름으로 만든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합창이 결합된 오케스트라의 대표적인 것이 칸타타와 오라토리오다. 

칸타타(Cantata)는 17세기 중엽에서 18세기 중엽 유럽서에 가장 성행한 독창, 중창, 합창이 결합된 오케스트라 곡이다.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으로 대중의 교화(敎化)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 말의 텍스트가 중요하다. 

우라니라에서 칸타타의 역사를 보면 그 시초(始初)는 조두남 ‘농촌‘ (1942년)、김규환 ‘조국’ (1957년), 최영섭 ‘아름다운 내 강산’ (1962년), 김동진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1943년), 윤용하 ‘조국의 영광’(1950년), 김성태 ’빛나라 내 조국’(1978년), 윤이상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1987년), 이영조 ‘용비어천가’(1995년), ‘만덕할망’ (2010년)、김기영 ‘외솔의 노래’ (2006년) 이건용 칸타타 ‘울산 내 사랑’(2006년)이다. 한동안 맥이 끊어진 듯 하다 나온 것이 서울시합창단의 임준희의 한강, 국립합창단의 송 오브 아리랑(임준희), 조국의 혼(오병희), 달의 춤(우효원), 동방의 빛(오병희), 나의 나라(우효원), 코리아판타지(오병희), 근자의 이영조 작곡가의 시조칸타타. 이밖에도 이건용의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 봄이 온다 (백현주), 독도 환상곡(박창민), 셀러리맨 칸타타(안효영)의 풍성한 전개가 있었다. 

이런 열풍에서 나온 것이 합창교향곡 ‘부석사 사계’다. 이번 작품은 천년 고찰 부석사의 인류문화유산등재 1년을 맞아 추진 된 점에서 주목이 간다. 이미 서양음악에서는 국민주의 음악시대에 열강(列强)들의 각축전으로 나라마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현상에서 애국적인 힘을 발휘하는 칸타타를 제작해 힘을 뭉치게 했다. 

여기에는 오페라도 가세했다. 대표적인 예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에서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은 조국에 대한 강한 통일 의지를 갖게 했다. 국민음악가 시벨리우스 ‘핀란디아’를 만들었다.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도 그렇다. 전술한 김동진, 장일남, 김성태, 윤이상, 윤용하 등의 1세대 작곡가의 작품들 역시 가곡으로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랬던 우리 가곡의 흐름에서 칸타타는 분명히 대규모 편성이었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이 오늘날 연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최영섭 작곡가의 ‘그리운 금강산’이 칸타타에 들어 있는 곡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부석사 사계는 이근형 작곡, 박현준 총감독과 탁계석. 박현준의 협력 대본으로 이뤄졌다. 총감독의 역할이 작곡가와 대본에 영향을 주면서, 기존 창작 방식에서 진일보한 것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종교적 색채의 작품이 아니라 사찰의 역사성과 풍경, 무량수전의 건축의 위대함과 이를 배경로 태어난 선묘와 원효대사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테마로 했다. 합창교향곡은 칸타타의 방식에도 벗어나 오케스트라 관현악의 웅장함과 섬세한 4계절의 정취를 악상에 담아 공감력이 높아졌다. 기악과 성악의 배합이 절묘했고, 오페라적 요소도 가미되면서 에너지가 풍부해졌다. 마지막 피날레 장면에서 9명의 성악가가 출연한 구성 역시 탁월한 편성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갈등과 긴장, 생존에 허덕이고 있다.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이렇게 웅대한 작품성이 관객의 기립 박수를 받는 것은 창작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합창교향곡 사계는 우리 음악사에서 또 하나의 변화 물꼬를 트는 신호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새로운 무엇이 나올지를 기대하게 하는 것은 오늘의 클래식에 부여된 책무가 아닐까. 

200~300년 전의 유럽 음악을 누리는 것은 음악의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현대음악의 발현은 반가운 일이다. 쉽게 전달되는 음악은 대중에게 친화력 있게 다가가 청중과 소통한다.

 작곡가 이근형은 “음악언어는 어떠한 장벽과 제한이 없습니다. 음악적으로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관점은 ‘온 인류와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작품 ‘부석사의 사계’에 대해 한 단어로 “단순성(Simplicity)”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며 그저 단순하고 아름답게 들리는 음악이 됐다. 

예술은 끊임없는 진취성과 창의력을 통해 발전하면서 사회 동력을 이끌어 가야 한다. 잉태되는 생산들이 방향을 열고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부석사의 사계가 관객은 물론 창작자들에게도 신선한 영감이 주어졌으면 한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개척에도 나설 것이라고 하니 주목된다. 아쉬운 점은 문화유산축전으로 원래 공연장으로 지정됐던 소수서원이 아닌, 체육관에서의 무대로 현장성의 감동이 약화된 것인데, 내년에 문화유산의 아우라가 배어있는 고풍스런 소수서원에서의 공연을 기대해본다. 우리 정서, 우리 역사의 창작이 고정관념의 벽을 깨고, 예술의 승화된 감정으로 고통스럽고 답답한 현실에 위안과 치유가 됨을 확인시켜준  밤이었다.

 

임효정 기자 / 영주

 

▶ 부석사의 사계_봄(春)

https://www.youtube.com/watch?v=f-15FOwRMWM&feature=youtu.be

 

 

부석사의사계_여름(夏)

https://www.youtube.com/watch?v=MqHnh-lCQkM

 

부석사의사계_가을(秋)

https://www.youtube.com/watch?v=THjBwb0kxXw

 

부석사의사계_겨울(冬)

(19) [MJ영상] 창작합창교향곡 부석사의사계_겨울(冬) - YouTube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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