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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탐방기2] 몬타뇰라의 헤세를 찾아서- 헤르만 헤세 박물관

 

Museo e Fondazione Hermann Hesse

▶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는 아마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 10명 가운데에 포함될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소박한 서정시들이 마음에 와닿고, 누구나 10~20대에 성장통을 겪을 때 <수레바퀴 아래서>나 <데미안> 같은 작품들로부터 깊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 것 같다. 또 성인이 되어서도 <황야의 이리>, <나르시스와 골트문트> 같이 청춘시절 자아에 대한 고민과 격한 갈등이 있는 부분에서, 혹은 불교 사상이 있는 <싯다르타>를 읽고 마음에 남아서 우리에게 기억되는 작가일 것이다. 사실, 헤세의 작품들은 대부분 쉽게 쓰여진 데다가, 작가 스스로 가족사와 혼돈스런 세상으로부터 정신적 상처를 받으며 이를 안고 살고, 또 극복하며 살아갔던 인생이 힘든 시기를 겪기도 하는 우리들에게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것은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나 블로그들을 검색해보거나, 국내에서 가끔 열려 성황이었던 ‘헤세 전시회’ 소식을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막상 필자는 대학시절에 독문학을 공부했고, 독일 유학을 7년간 했건만, 오히려 내가 잘 모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여름 8월 시간을 내서 스위스 몬타뇰라에 있는 헤세 박물관(기념관)에 가보았다.

그런데, 참고로 총 세 곳에 있는 헤세 박물관(기념관)에 대해 잠시 알고 가자.

먼저, 헤세의 출생지이자 청소년 시절까지 보낸 곳인 독일 서남부 지역(바덴-뷔르템베르크州)의 소도시 칼브(Calw)에 박물관이 있고, 헤세가 1904년부터 약 7년간 거주했던 독일 남쪽-스위스 사이 경계의 보덴 호수 근처 가이엔호펜(Gaienhofen)에도 있고, 1919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43년간 살았던 스위스 남부 루가노(Lugano) 지역의 몬타뇰라(Montagnola)에도 있다.

헤세가 노벨 문학상(1946)을 받은 유명 작가로서 여러 곳에 거주하다 보니 그의 유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세 곳에 분산되어 있다. 이들 중에서 그래도 몬타뇰라에서 가장 오래 살았기에 유품이 제일 많은데, 특히 그의 그림들은 여기에 있으니, 헤세를 찾는 사람은 우선 몬타뇰라로 가야할 것이다.

몬타뇰라에서 보는 알프스 산들과 루가노 호수 풍경

 

▶ 몬타뇰라의 헤세 박물관으로 가는 길

 

그런데, 몬타뇰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아주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교통이 편치 않다. 독일에서 출발하면, 프랑크푸르트에서 고속열차(ICE)를 타고 바젤-취리히를 거쳐 루가노에 도착한 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 노선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환승하는 취리히역에서 보통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므로, 루가노역까지 도합 8시간 가량 걸린다. 다른 노선으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밀라노 공항까지 비행기로 50분 걸려 날아간 다음에, 밀라노 중앙역으로 가서 루가노역까지 1시간 반 정도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이 노선은 대략 6시간 반 정도 소요될텐데, 공항과 밀라노 중앙역으로 가서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더 걸릴 수도 있다.

 

아무튼 루가노역에 오면 다 온 셈이다. 이태리어 사용지역인 루가노는 스위스 테신 주(Kanton Tessin/이태리어 Ticino)의 중심 도시이며, 알프스 산들 사이에 있는 거대한 루가노 호수를 끼고 있다. 중앙역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산과 호수의 풍광이 대단하다. 루가노 중앙역 부근에서 콜리나 도로(Collina d’oro)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몬타뇰라에 도착한다. 버스가 10 여분 후 도시를 벗어나면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한마디로 몬타뇰라는 산동네의 작은 마을인 것이다.

그런데, 산도 알프스산이란 점을 상기하자. 버스가 산에 올라가면서 공기가 이미 달라짐을 느낀다. 청량하고 시원한 바람이 반겨준다. 버스는 이태리식의 작은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를 비집고 다니며 산위로 계속 올라간다. 호기심에 가득찬 필자가 창바깥을 내다보니 큰 산들 사이로 거대한 루가노 호수 일부가 보였다 없어진다. 엄청난 풍경이다 ― 헤세는 이런 산과 호수 동네서 살았단 말인가?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L1030536.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208pixel, 세로 1248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8월 09일 오후 9:51

몬타뇰라에서 보는 알프스 산들과 루가노 호수 풍경

[*사진 아랫부분을 띠모양으로 잘라버리면 좋음, 즉 날자와 우측 지붕 일부를 제거함]

 

▶ 박물관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2Gate5.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00pixel, 세로 1600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9월 13일 오후 6:14

정문 입구

 

몬타뇰라 공립도서관에서 하차하여 2분만 걸어가면 헤세 박물관이다. 삼각형 지붕이 있는 자그마한 건물 벽 좌우에는 헤세 사진이 걸려있고, 문 좌우옆 큰 나무의 잎들이 무성하다. 입구 앞에는 원형 테이블에 안내 팜프렛들이 놓여있다. 아치형 문 안으로 들어가니 곧바로 헤세 책들과 그림을 파는 기념품점이고, 안쪽 작은 책상 위에 방명록이 있다. 며칠 전 기록을 슬쩍 들쳐보니, 한국 방문객들의 인삿말과 서명이 자주 눈에 띤다. 안내 역할을 하는 기념품점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한국인들이 많이 와요”라고 하며, 어떻게 헤세를 알고, 또 왜 좋아하는지 신기해한다.(여기는 이태리어 지역이지만, 독어하는 사람들도 있음)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L1030695.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360pixel, 세로 2048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10월 21일 오후 2:54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GroundFloor1-박명록.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048pixel, 세로 1360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8월 09일 오후 7:24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GF3.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360pixel, 세로 2048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9월 13일 오후 6:14

방명록에 서명하는 필자 1층 작은 로비의 방명록 책상 1층 복도 - 헤세의 생애 자료

 

이 작은 로비 공간의 벽은 자주색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앞의 복도와 좁은 계단을 쳐다보니 온화한 느낌이 이어진다. 이런 공간모습은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헤세의 박물관으로서 맘에 든다. 나는 멀리서 힘들게 찾아온 만큼 박물관 자료들을 찬찬히 다 보겠노라 마음 먹으며, 1층 복도 전시물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1층 좁고 길다란 복도의 양옆 벽에는 헤세의 간략한 생애를 보여준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제법 넓은 전시실이다. 바깥으로 나뭇잎들이 싱그러니 보이는 큰 아치형 창문을 중심으로 벽면 앞에는 헤세의 타자기가 놓인 책상이 있고, 벽에는 초판본 책들, 사진 자료들과 헤세가 그린 그림들이 걸려있다. 나는 삐거덕거리는 낡은 나무바닥을 밟으며 책장과 유리장 안에 있는 자료들을 들여다보았다. 옛날 출판본들을 보아하니, 반전(反戰)-평화주의자인 헤세의 작품들은 어려웠던 나치 시대인 1930~40년대에도 계속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1F중앙.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048pixel, 세로 1360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8월 09일 오후 6:40

2층 전시실 - 책상 위에 헤세의 타자기가 있고, 좌우벽에는 헤세의 책들과 그림들이 걸려 있음.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L103049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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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9월 13일 오후 6:16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L103048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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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9월 13일 오후 6:16

그림 그리는 헤세와 그림들 정원일하는 헤세와 동네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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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원본 그림의 이름: L1030495.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048pixel, 세로 1360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8월 09일 오후 6:48

헤세의 그림 도구들

 

벽에는 헤세의 수채화와 드로잉들도 걸려있고, 유리장 안에는 헤세의 편지들, 그림도구들도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헤세는 문학창작 외에도 그림을 즐겨 그렸는데, 그는 1919년(42세) 이곳 몬타뇰라로 온 이후 정신적 치유(힐링)를 위해 아주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그의 그림들은 주로 연필과 펜 드로잉ㆍ수채화들이다. 대부분 그림들은 크기가 작은데, 엽서나 편지에 그림을 그려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직접 그림을 보니, 동화적(童畵的)인 그의 그림들에서 따스함과 자연친화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벽에는 좀더 큰 그림들이 걸려있다. 헤세는 이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앉아서 그림을 그린 듯 하다. 산들 사이 루가노 호수 풍경과 주황색 기와지붕이 있는 이탈리아풍의 주택들, 언덕과 길 옆의 야자수 나무들과 꽃들이 순수한 모습으로 정겹게 그려져있다. 아마도 이렇게 정감어리고 순수함이 깃든 그림과 시들 때문에 헤세를 좋아하는 것 같다.

 

▶ 헤세와 동양사상, 그리고 지인들

 

3층에 올라가니 작은 공간과 다락방 공간이 있다. 작은 공간에는 ‘헤세와 동양’ 부분인데, 헤세와 인도ㆍ동양철학과 연관성을 보여준다. 헤세는 1911년 인도와 스리랑카ㆍ버마ㆍ인도네시아로 1년간 여행을 갔었다. 그가 불교 사상에 영향받은 것은 알겠지만, 설명판에 보니 중국철학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도교 사상과 주역 등에 영향받았다고 한다. 헤세는 20세기 초반에 참으로 넓게 열린 생각을 가진 작가였다.

그 옆 다락방에서는 헤세와 친교가 있었던 50년대 서독 대통령 테오도르 호이스(Theodor Heuss)에 관한 기획전시가 있다. 호이스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정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던 시절 이미 헤세와 친분이 있었고, 흥미롭게도 전시물들 중에는 그의 그림들도 있다.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2F=H-인도.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048pixel, 세로 1360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8월 09일 오후 6:57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2F=H-ThHeuss.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048pixel, 세로 1360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8월 09일 오후 7:02

헤세가 인도 여행 시 입었던 복장 <헤세와 테오도르 호이스> 특별전

 

지하실(지층)로 내려가면 20석 정도 좌석이 있는 작은 비디오실이 있다. 여기서 헤세에 관한 기록영화 등을 볼 수 있는데, 마침 지금은 할아버지가 된 헤세의 아들들과의 인터뷰를 모은 필름이 상영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헤세의 생애와 작품에 관해, 가족 및 주변 지인들과의 인터뷰 등에 관한 영상자료들이 있고, 또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된 것도 있으니, 헤세에 관한 영상자료들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필름을 한동안 보다가 좀 더워서 나와 작은 정원으로 들어가 쉬다보니, 땅에서 거북이가 천천히 왔다갔다 한다. 헤세의 소설 <크눌프>(Knulp)의 이름을 따서 ‘크눌프’라고 한다.(사진에서 거북이는 붉은 대문 우측 밑에 있음) 이것은 느림이다. 세상을 느리게 따라가는 생물들의 상징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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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원본 그림의 이름: B1-VideoRoom2.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360pixel, 세로 2048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9월 13일 오후 6:14 그림입니다.
&#xA;원본 그림의 이름: B1-garden+거북이Knulp.JPG
&#xA;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048pixel, 세로 1360pixel
&#xA;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8월 09일 오후 7:19

지층의 비디오실 지층 정원과 거북이 크눌프

 

 

이상면 (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연구교수)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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