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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꿈을 품고 일어서다_이청옥 대나무 그림전새로운 대나무 그림 기법으로 문인화의 새 장르 시도

3.1운동 백주년을 기념하며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을 변함없이 곧은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를 통해서 기억해보고자 한다.

이청옥 작가는 대나무그림에 주력해오는 작업 중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연구해 오던 다양한 재료와 표현 기법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대나무 그림을 선보인다.

‘달밤의 기억’, ‘대숲을 걷다’, ‘생명, 독립의 꿈’ 등 4가지 테마를 가지고 그려진 4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각각의 테마는 서로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그동안 먹을 가지고 작업해오던 문인화가로서의 작가가 문인화 장르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 보여주고자 2019년 신작으로 구성됐다.

opening 초대: 11.8 | 5pm.

11.8-11.13 춘천문화원 의암전시실

 

이청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신사임당 이율곡 서예대전 초대작가

강원미술대전 초대작가, 대상 수상(2013)

추사김정희선생추모 전국휘호대회 초대작가, 장원 수상(대통령상, 2015)

(사)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강원지회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 운영위원 역임

 

이청옥 작가

개인전

이청옥 그림전-먹빛 안개 속으로, 2015/카페M

윤동주 백 년의 삶, 백 개의 혼, 2016/춘천문화원 의암전시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17/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쉽게 씌여진 시, 2017/서울 남산도서관 전시실

별이 된 시인 윤동주, 2017/강원대학교 도서관

단체전

국내 단체전 및 국제 교류전 100 여회

 

생명, 화선지에 혼합재료

작가 노트

가만히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은빛 대나무들이 찰랑이고, 술렁거리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면서 일렁인다. 언젠가부터 가슴 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나의 대밭은 늘 수선스럽고 분주하다가도, 미동도 없이 가라앉아 고요한 적막이 흐르기도 한다.

 

내가 문인화를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한 기회였다. 오랜 세월 정형화 된 한글서예에 몰두해 왔던 내게 순간적인 필력을 요구하는 문인화는 생소하고 낯선 영역이었다. 감히 비슷하게 따라 하기도 힘든 스승님의 체본은 산처럼 쌓여만 갔고,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을 문인화 작업에 할애해도 나의 문인화 공부는 몇 년이 지나도록 발전할 기색이 없이 지리멸멸 했다. 결국 그 동안 공부해 오던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는 강건한 모습에 매료되었던 [대나무 하나 만을 일생 그려보리라] 다짐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뼈아픈 선택이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던 거 같다. 본격적으로 대나무만 그리기 시작한지 꼬박 삼년쯤 지나고 나서야 대나무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하는지 어렴풋이 알거 같았고, 문인화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그림은 늘 무언가 부족했는데.... 나는 그 원인을 모른 채 그저 한발씩 내딛고 있었다.

나는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문인화 공부에 전념했는데, 어느 날 춘천행 기차에서 소설가 한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이 어린 시절 대숲이 울창했던 고향마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녁이면 마을에 집집마다 밥을 짓는 연기들이 대숲으로 스며들고, 새들이 고단한 날개를 쉬기 위해 대숲으로 날아드는 정경들, 밤이면 손전등을 들고 엄마 몰래 대밭에 새 사냥을 갔던 이야기며, 동네 친구의 어린 동생이 죽어 대밭에 묻힌 이야기, 사기그릇이 깨지면 대밭에 던져 버렸다던... 그래서 대밭은 금기의 공간이었다는 이야기들 ......

아마도 관념적이고 피상적이었던 내 대나무 그림에 바람이 불고, 댓잎들이 부딪히며 속삭이고, 가끔은 비도 내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 부터인거 같다.

 

우리는 문인화를 심상의 그림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대체 바람이 불면 대나무는 어떻게 흔들릴까? ‘대나무밭에 맑은 바람소리는 거문고 소리보다 맑고 깊다.’고 하는데 과연 거문고 소리보다 맑은 소리를 낼까? ‘부러져도 굽히지 않는다.’고 군자로 여기는 대나무는 정말 직선이기만 할까?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 의문들은 겁쟁이기만 했던 내가 전국의 유명한 대나무 밭들을 찾아 나서게 했다. 감언이설로 동네 언니를 꾀여 동행하기도 하고, 호기롭게 혼자서 대밭을 보러 길을 나서기도 하고, 간혹은 매화를 보러갔다가 대나무를 만나기도 했다. 대나무를 보러나서는 몇 일간은 이제 매년 돌아오는 집안행사처럼 내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잘 다듬어진 담양의 죽녹원과 소쇄원에서 시작하여, 야생의 대나무를 보여주었던 영산강의 죽림연우, 죽순이 한창이라는 소식에 때를 놓칠까 걱정하며 달려갔던 대통령 별장이 있는 충남대, 대나무 뿌리가 엉킨 것을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 인줄 알고 혼비백산 했던 죽서루, 발소리를 줄이고 옷깃을 여미게 했던 송광사의 대숲, 대나무 꽃이라도 피고 지나갔는지 다 말라버린 문경새재의 대나무들, 밤에도 대나무 숲을 관찰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 내어 찾아 나선 태화강 십리대숲, 바람에 산 전체가 꿈틀거리던 화동의 대나무 밭들 ...... 자연에서 만나는 대나무들은 언제부터인지 내 마음속에도 자리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에는 바람이 불고, 어느 날에는 비가오고, 어느 날에는 까르르 웃는 어린아이처럼 반짝이다가, 어느 날에는 태풍을 동반한 성난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나를 압도하는 내 마음속 대나무 밭.....

 

올해는 삼일운동 백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많았고, 서단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전시회가 넘쳐났다. 또한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독립운동사와 독립 운동가들의 삶이 특별히 조명되는 한해였다. 그동안 대나무를 그려오며 느꼈던 올곧은 모습이 그들의 정신을 기리는데 부합된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독립의 꿈을 품고 일어서다]라는 타이틀로 독립을 꿈꾸었던 그분들의 정신을 대나무 그림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기억해 보고자 한다. 대나무 한 가지 주제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법고창신의 정신에 입각하여 전통적인 기법의 대나무 그림들과 함께 현대적인 기법의 대나무 그림들을 선보일 생각이다. 표현방식과 소재선택에 있어서 많은 고민과 실험 속에서 준비해 왔으며, 문인화가 전통적인 기법의 답습으로 옛날 그림 정도로 치부되는 현실 속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문인화의 새로운 방향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다.

- 작가 노트 중

 

아직도 나의 대나무 그림은 늘 미숙하다. 하지만 부족한 나의 재능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나의 노력에 힘입어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다. 제자의 부족한 재능을 탓하지 않으시고, 참고 기다리며 이끌어 주시는 담운 이일구 선생님께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시간들을 이제 송두리째 내보이려고 한다. 전시장을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이 나의 대나무 그림 속에서 현대 회화와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문인화의 가능성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 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만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2019년 가을 봉의산자락에서

빛결 이청옥 쓰다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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