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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미술관은 상상력의 생산공장 이다_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미술은 생활미술로 삶에 다가가 쌍방소통해야 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1969년 개관 이래 올해 개관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상반기 국제 심포지엄 ‘미술관은 무엇을 움직이는가’(6월) 개최를 통해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키며, 하반기에는 개관 50주년 기념 대규모 3관 통합전시 ‘광장’(9월~2020년 3월)을 통해 한국미술 100년을 회고한다. 국·영문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선’도 국내·외 출간(12월)할 계획이다.

또한 가을에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대규모 축제 MMCA페스티벌(과천, 9월), MMCA나잇(서울, 9월) 등을 통해 예술 참여와 소통의 즐거움을 나눈다.

윤범모(69) 관장은 연초 3월에 취임 1개월째 된 즈음에 서울관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신바람나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며 새로운 비전과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7월 한창 더위가 시작될 무렵, 취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장실에서 만나 미술관의 운영과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하반기에 개관 50주년을 맞아 ‘시대와 미술’이라는 대주제로 20C 한국인이 어떻게 살아왔는 지, ‘미술을 통한 20C 한국인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3관(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에서 펼친다.

 

윤범모 관장은 미술평론가로서 30여 년을 우리 미술에 대한 관심과 탐구로 심혈을 기울여왔다. 서양미술사가 주류인데 비해 소외된 동아시아미술, 제3세계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격동하는 변혁의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국내외 진보적 미술활동에 주된 초점을 맞추고 그것의 현장과 실체를 추적하면서 현장을 누볐다. 미술이 감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실체 안에서 생활미술로 삶에 다가가야 한다며 쌍방소통을 강조하는 그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개하는 운영 목표는 분명하다. 미술관은 상상력의 생산공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쌍방소통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국립현대미술관은 무엇일까?

“나에게 미술관은 친구이자 동행자다, 짝사랑하는 애인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지금은 관람객의 눈높이와 취향이 다양하니까, 이제는 쌍방 소통이 필요하겠다. 획일화 시킬 수 없는 것이 예술의 특성이 아니겠는가.”

 

국립현대미술관의 규모가 확장되고 4관 체제로 분리되면서 운영의 방향도 더 명확해졌다. 그만큼 미술인들의 염원도 크고 국민적 기대와 그 역할도 증대됐다. 윤관장이 생각하는 미술관의 목표는 무엇일까?

“미술관이 할 기본 업무는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전문가에게는 담론을 생성하는 모체가 되는 것이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눈높이에 맞는 미술관이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웃집 같은 미술관’이라는 쉬운 말을 했는데, 문턱 없는 미술관이 쉽지는 않다. 학생들에게는 늘 했던 말이 있는데, ‘예술은 밥이 아니고 포도주다’ 라고. 나이 들어 지금 생각해보니 ‘예술은 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을 위한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밥이 되어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미술은 개인의 밀실에서 감상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삶의 적극적인 모색과 실천으로 ‘사회의 광장’으로 나서는 변혁운동의 허브로서 미술관은 역할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일상생활과 연관해 삶과 유리되지 않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필품으로서 미술은 분위기만 돋우는 와인 같은 예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필품이 되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예술이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이 커지고 삶에 근거가 되고 커다란 수입을 창출하는 돈벌이가 되기도 하는 등 현재에 와서는 굉장히 역할이 증대했다. 우리같이 자원이 없는 나라는 예술로 국익을 향상시켜서 경제적 효과도 노려야 하고, 예술이 국제적으로 각광 받도록 해야 한다. 유구한 역사의 예술을 잘 꿰어서 국제사회에 등판시켜야 하는데, 그 중간 역할을 미술관에서 체계적으로 구체화해야 되지 않을까. 한국미술사 영문판도 없는 실정이어서 그러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목표 중 하나로 국제화의 교두보 확보를 위한 작업으로 출판 저작 학술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 마리 토메우 관장이 강조해서 시작한 작업은 진행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20-30년 전만 해도 연구자가 없어서 논문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 그런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국제용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부터 할 일이다. 출판을 기본으로 한 여러 가지 작업들이 선순환 되어 사업이 되어야 국제미술시장에서도 한국미술의 존재감이 드러날 것이다.”

 

또, 그는 무엇보다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연구기능을 심화하고자 한다. 한국 근현대미술사 통사 정립 사업을 통해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수립하는 데 진력한다.

 

“국제미술시장에서는 10억 원 대는 되어야 국제작가로 인정받는데, 중국은 그 열배를 호가한다, 이는 국력하고도 관계가 있다. 또 무엇보다 우리 미술을 중심에 두는 주체적 자존심이 중요하다. 중국에 비해 우리는 콜렉터는 많은데, 우리 미술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단색화가 국제시장에서 반짝하고 사라진 이유도 그런 요인이 있다. 국내에서 수집가가 받쳐줘야 가격이 형성되는데, 미술관도 그렇고, 우리 미술을 중심에 두는 자존심 살리기, 정체성(아이덴티티) 살리기가 중요한 시점 같다. 수입만 하는 것은 국제교류가 아니다. 쌍방통행이 되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관 체제의 특성화를 강화하고 있다. 과천, 덕수궁, 서울, 청주 4관의 특성화 작업을 통해 효율적인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연말에 청주관까지 개관했기 때문에 4관 체제 원년이 되어 가장 일이 많은 때다. 청주관은 성공했다는 평판으로 인기가 많아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분관 유치 요청이 많다. 수장고 형태로 개방했는데, 지역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청주 지역 학생들에게는 미술 학습의 순례지처럼 환영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에 명작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현실적 한계를 통감하면서도 다른 이해의 전망을 제안한다.

 

“수집품이 그 미술관의 성격이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은 맞다. 좋은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좋은 미술관이지만, 예산이 없는 현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술이 돈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유명한 명작에 대한 인식, 교과서에 나오는 명작, 그것의 이면에 있는 시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백인 남자의 시각에서 쓴 미술 저술은 그들의 시각이다. 그것을 알고 판단해야 한다. 환경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특성이고, 진미다. 원론적이지만, 그래야 핵심이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특성은 무엇인가? 외국인들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 우리 미술관의 특성을 설명한다면?

“'이것이 한국미술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미술관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예술이란 말의 반대어는 획일화다. 기본적으로 형식의 획일화는 반대다. 예술의 동의어는 다양성이니까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미술관의 역할이기도 하다. 좋은 작품은 강약의 리듬이 있다. 미술관의 업무도 조절이 있고 강약이 있다. 눈높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덕수궁관에서의 근대미술 전시는 미술사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전시다. 시대의 아픔이 있는데, 붓을 꺽게 한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꿈을 꾸었던 작가 6인의 전시는 시대의 아픔, 시대의 특성을 미술로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또, 묻혀있던 작고 작가부터 이제 막 출발하는 새싹 작가까지(<젊은 모색>)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다. 외국 미술 소개로 덴마크 전시와 영상 비디오, 러시아 우주론은 작가의 특강을 했는데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동서고금을 다양하게 아우르는 전시가 지속되고 있다.”

 

하반기 기대할만한 대중적인 대규모 전시 계획을 발표했는데?

지금 준비하는 큰 행사는 하반기에 <광장>전을 준비 중이다. 3관에서 동시에 대규모 전시를 통해 20C 한국역사를 반영하는 ‘시대와 미술’이라는 주제로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이 전시를 통해 20C 한국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자료를 한자리에서 펼친다. 미술을 통해서 20세기 한국인의 역사를 미술로 재조명할 것이다.

 

 

<한국미술론> 윤범모 저

미술관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듣고 싶다.

“80년대 미술운동 할 때, ‘미술의 사회적 기능’ 이란 말이 많이 쓰였다. 식민지시대 때의 문화예술 통치는 사회성을 죽이는 일이었으니까.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는 그때는 전무했고, 8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미술(아트)라는 것의 원래의 기능을 대개 감상 위주, 미적 특성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애초에 ‘미술’은 우리가 말하는 공예적 기능을 갖고 있는 말이다. 실생활에 유익한 장르가 아트다, 애초에 미술의 발단은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동굴벽화가 감상용으로 그려진 게 아니다. 절실한 일상의 삶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상 삶의 산물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고구려인의 삶의 우주관의 전부이지, 장식하기 위해 그린 것이 아니다. 지금은 분화되어 ‘미술’이라고 하면 감상을 위한 감상으로 사회와 격리되었는데, 그것이 다가 아니다. 미술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장르이다.”

그는 미술의 기능에 대해 창의성을 강조한다.

 

"미술관은 상상력의 생산공장"

“나의 생각은 '미술관은 상상력의 생산공장'이다. 창의적 인간상, 창의성(creativity)이 중요한 시대에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에, 미술이 큰 역할로  중요하다. 미술관 운영자 입장에서는 상상력을 최대한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고, 관람객 입장에서는 그것을 듬뿍 받아가야 할 수용의 입장인데, 그것이 쌍방소통하는 것이 최고 미술관일 것이다.”

 

남북미술 교류협력을 기반으로 분절된 한국미술사를 복원하는 데 목표를 두고, 추진하는 북한미술 교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남북 관계 발전의 추이를 보며  다양한 참여를 통해 추진 중에 있다. 남한에서 제가 북한미술 전시를 90년대 초에 처음으로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에서 <그리운 산하>전을 진행했는데, 이후 100여회가 전개됐다. 이제는 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공공성을 띤 교류를 해야할 것이다. 남북 관계가 쉽지 않지만, 냉전체제에 미-소가 제일 먼저 데땅뜨한 사업이 미술품 맞교환전이었다. 그래서 평화 무드로 바뀌었는데, 미술이 그러한 묘한 매력이 있다.”

 

미술관은 작품 보존을 위해 항상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과학적인 공간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피서지로, 가을, 겨울에는 따뜻한 공간에서 다양한 전시도 보고 영화관이 있어 편안한 쉼과 함께 예술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다. 미술관 가는 길로 가을 나들이를 해봄직하다. http://www.mmca.go.kr/main.do

 

인터뷰 임효정 기자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소장품특별전 <균열Ⅱ: 세상을 보는 눈/영원을 향한 시선> 9.18-10.20

서울관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3부. 2019 / 9.7-2020.2.9.

        <김순기: 게으른 구름> 8.31-2020.1.27.

 

덕수궁관 <기억된 미래 UNEARTHING FUTURE> 9.5-2020.4.5

청주관 <나만의 보물을 찾아서> 6.25-12.31

 

광장3부_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1.0, 2018-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윤범모(68)

 

미술평론가로 전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임명. 1979년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 졸업, 뉴욕대 대학원 예술행정학과(미술사 전공) 수학,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 중앙일보 출판국이 창간한 '계산미술' 기자로 활동, 호암갤러리를 시작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이응노미술관, 경주솔거미술관 등 미술관의 개관, 운영에 참여했다. <가나아트> 편집주간, 민족미술협의회 중앙위원 역임. 또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광주 비엔날레 특별 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 총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 동악미술사학회 회장,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 회장, 사단법인 불교문화산업기획단 이사, 경원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 교수 역임 등.

주요 미술계 저서로는 ‘백 년을 그리다: 102살 현역 화가 김병기의 문화예술 비사’(2018), ‘한국미술론’(2017), ‘김복진 연구’(2010), ‘화가 나혜석’(2005), ‘미술과 함께, 사회와 함께’(1991) 가 있으며, 시집 ‘토함산 석굴암(2015)’, ‘멀고 먼 해우소’(2011) 논문으로 '도시문화의 해석과 미술', '한국 근대미술사연구를 위한 몇 가지 노트'가 있으며 2017년 김세중기념사업회 제19회 한국미술 저작 출판상을 받았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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