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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60년 명창의 여정_안숙선 명창판소리에 인생 희로애락을 담다

 

판소리에 인생 희로애락을 담다

남원 판소리박물관  “명창의 여정” 개관 준비

한국 극장시대 산증인

                          ”

소리의 길, 소리의 원류

판소리 명창 안숙선(1949.9.15.~ 남원 출생)은 인간문화재로 많은 무대에서 국악 판소리를 하며 60여년 소리인생을 살아왔다. 최근 동편제의 고향 남원시에서 추진 중인 기념관 ‘명창의 여정’(가안)을 준비하며 후학들을 위한 무대 마련에 고심해 두루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세곡동 자택 사랑채를 활용한 연습실을 겸한 소규모 국악 살롱콘서트와 전국의 마을 단위인 구청 내 주민센터를 활용한 국악 상주음악가 육성을 제안하며, 추진위의 5천명 서명운동과 함께 사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국악 인재의 활로 개척과 더불어 국악의 생활 속 풀뿌리 네트워크를 전개해보고자 하는 바램에서다.

 

 

-근황이 어떠신지요? 건강은 어떠세요?

고향인 남원에서 ‘명창의 여정’(판소리기념관 가안)을 준비하고 있다. 60세까지는 건강이 괜찮았는데, 70이 되고 나니 몸의 기운이 싹 빠져나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에너지는 없어져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서 채워야 한다. 요가도 하고 국선도로 호흡을 조절하며, 산에도 가고 생활의 절반은 심신 단련으로 보내고 있다.

 

- 소리 연습하는 외에 다른 여가 활동이나 취미 생활은?

요즘 수채화를 배우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연필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생각을 하면서도 공연 준비하고, 작창하고, 하다보면 어느 새 하루해가 다 가서 어두워지곤 한다. 그림 하나 이쁘게 그려보고 싶은데~

 

- 작년에 안숙선 판소리 60주년 되는 해였는데, 평생을 소리로 살아온 60년의 소리길을 돌아본 소회라면?

9살 때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국악계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지금과 달라서 예전에는 국악하면, 내가 좋아서 시작했다기보다 집안에서 하라고 해서, 설장구를 배우라, 민요를 배우라 등등 어른들이 시키니까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때부터 시작하면 60년이 지난 셈이다. 그때는 문화라는 개념이 없었고, 자고나면 먹을 거 걱정하던 어려운 시절이었으니까 문화 시설이 있을리 만무했고, 영화 돌리는 극장이나 더 깡시골에 가게 되면 흰 배포장을 치고 무대를 만들어 소리판을 열기도 했다. 발표회격인 공연은 생활을 위한 필수였으니까, 쟁이들, 소리꾼들이 전국을 떠돌며 소리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60년대 초 명동극장이 생기고, 40여 년 전 세종문화회관이 개관하고 하면서 그때부터 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 웅숭깊은 소리를 내야 한다. 맑고 고운 소리에서 힘을 뽑아내야 하는데 평생 한도 끝도 없이 그렇게 하다가 가는 것 같다. 끊임없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선생님이 그리울 때가 많다. 기대가 컸고 사랑을 엄청 받았기에 사랑을 받은 만큼 하고 있나? 자문하곤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극장시대와 더불어 활동해온 극장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겠네요

79년도에 국립극장에 오디션을 보고 단원으로 활동하며 그때서야 사명감을 갖고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때부터 공부를 후회 없이 했다. 당시 워커힐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카지노 등을 열고 무대 공연도 했는데, 1부에 민속음악, 2부에 외국쇼를 했다. 그때는 워커힐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 그때 당시 수입은 얼마나 됐나요?

12만원 정도였는데, 워커힐 출연료 등 이것저것 합쳐서 그랬던 것 같다. 수입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국립극장이 생겨 전문극단 단원으로서 자존심이 생겼고, 그때부터 공부에 전념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렵고 힘들고 좋은 것이 섞여있는 것이 인생이다. 항상 좋기만 하겠나? 늘상 경쟁의식도 느껴야한다. 무대에 섰을 때, 스스로가 판소리하는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관객들의 추임새를 이끌어 내기까지 경험을 해야 발전하게 되고, 그 무대를 못잊고 그 추임새를 못잊어 하는 그 경지까지 가려면 무대에 서는 기회가 많아야 된다.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구청 등에서 소리반을 열거나 젊은 소리꾼 몇이라도 뽑으면 꾸준히 할 수 있으니 그런 일들이 필요하다.

-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관객을 의식해서 소리길에서 어긋나게 가버리고 오버하는 경우가 있는데, 태산을 넘고 나면 평지가 있는가 하면 갈수록 또 산이다. 그래서 가르치면서 “그런 거 하면 큰일난다. 소리가 변질될까봐..”라고 걱정도 하지만 달라지기도 해야 한다. 새로운 공부가 시작되는 것 같다. 그런 깨달음이 필요하다. 비전마을, 계촌마을 축제도 그 일환이지만,  판소리가 살아나려면 창극이 활성화 돼야 한다. 5바탕을 배운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화하는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하다.

 

-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영국에 한류 공연을 갔을 때, 소리꾼 김준수와 <흥보가> 완창 공연을 할 때다. 현지 영국 언론 리뷰에 “울다가 마지막에 웃는다”고 우리의 ‘해학’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기사가 났었다. 타임지 기자도 찾아와 “판소리가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소리가 있는지 놀랍다. 예술적 깊이가 있지 않으면 그렇게 되겠냐?” 면서 말했는데, 그는 이후 판소리 매니아가 됐다.

 

"소리가 대중들 속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판소리의 계보, 역사를 통해 지금의 안숙선의 판소리가 있다는, ‘소리의 길’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남원이 소리의 원류인 동편제의 고향마을로  '소리의 진실'을 담았으면 싶다. 

판소리를 통해 ‘저런 심사가 있구나’ 하는 보석 같은 느낌을 내안에 담으면 좋지 않을까."

 

- 판소리기념관은 어떻게 준비되어 가는지?

‘명창의 여정’(가제) 이란 이름으로 남원시에서 추진하는 문화사업의 일환인데, 김병종미술관과 함께 준비 중이다. 국내에 판소리박물관이 없지 않나? 남원이 소리의 고장이니까 소리의 고장에 가서 남원을 거쳐 간 소리꾼들과 우리 국악이 지나온 소리의 연혁, 자료들, 옛 어른들의 소리의 흔적을 남원과 연결해 에피소드 등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애꾸눈 명창의 이야기, <판소리 200년사> 속의 절절한 이야기들 등. 안숙선 판소리의 개인적인 기념관이라기보다, 소리에 대해 알고 싶고, 소리가 대중들 속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판소리의 계보, 역사를 통해 지금의 안숙선의 판소리가 있다는, ‘소리의 길’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남원이 소리의 원류인 동편제의 고향마을로 소리의 진실을 담았으면 싶다. 판소리를 통해 ‘저런 심사가 있구나’ 하는 보석 같은 느낌을 내안에 담으면 좋지 않을까.

 

-올해 계획하고 있는 일은?

남원기념관 개관 준비와 5년째 해마다 하고 있는 남원 동편제 마을로 떠나는 국악여행으로 첼리스트 정명화와 같이하는 국악축제 <국악세상 비전마을 프로젝트>, 평창에서 <계촌마을 클래식 국악축제>, 남원 춘향제, 그리고 올해는 <안숙선의 도사랑> 이라는 작은 음악극을 4월에 세종 S씨어터에서 공연할 계획이 있다. <안숙선의 도사랑>은 김소희, 박귀희 스승님 두 분의 큰사랑으로 안숙선이 소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걸 창극으로 만들어 선보이려고 한다.

 

임효정 기자

 

 

 

안숙선

판소리 명창으로 인간문화재다. 예인 가문의 피를 이어받아 어려서부터 전통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초등학교 때 이모인 강순금에게 가야금 풍류를 배우며 국악에 입문한 뒤, 주광덕 등 여러 명창에게 판소리 여러 대목을, 또 강순금에게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배우고 각종 공연에 참가해 활동했다. 19세에 상경해 김소희에게 판소리 <흥보가>와 <춘향가>를 배우면서 대명창 문하의 판소리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어 박봉술에게서 <적벽가>를, 정광수에게서 <수궁가>를 배웠으며, 정권진 등에게서 판소리 5마당을 이수했다.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타고난 성음과 연기력으로 창극명인으로 알려졌다. 199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로 인간문화재가 되었고, 아시아, 북남미, 유럽 등의 주요 도시를 순회공연하면서 한국의 소리를 세계에 전파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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