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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라 카페

 

박제성의 클래식과 함께 하는 식도락여행3

인구 천오백만의 메갈로폴리스인 러시아의 모스크바는 식도락에 있어서 대단히 젊고 역동적인 장소로서 앞으로 발전해 나갈 여지가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소비에트 연방 해체 후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충족하는 파인 쿠쟁이라는 식도락 개념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대형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것에서 벗어나 쉐프 중심의 중소형 레스토랑들이 많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서유럽의 쉐프들이 많이 건너와서 모스크바에 자리잡기 시작하기도 했고 건물 1층마다 새로운 레스토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등 저변과 수준이 해마다 달라지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식당들은 대부분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개장이 많은 만큼 폐업도 많은 것이 특징인데,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인테리어나 서비스가 대단히 훌륭하고 그만큼 맛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인 것이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는 모스크바의 많은 레스토랑 가운데 볼쇼이 오페라 하우스와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근처에 있는 추천할 만한 맛집 몇 군데를 일별해보며 음악회를 전후로 즐길 수 있는 핫스팟을 선보여보기로 한다.

 

 

볼쇼이 오페라 하우스 주변

 

가장 먼저 볼쇼이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맛집. 오페라나 발레를 보기 전에 간단히 식사를 하고 공연이 끝난 뒤 거하게 먹고 마시는 것이 오페라 매니아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서유럽 기준으로는 오래되고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일수록 그 근처에 좋은 맛집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모스크바의 경우는 극장 뒤로 많은 레스토랑들이 생기며 도시의 중심지로서의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타르쿤

우선 공연 시작 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살펴보자면 가장 먼저 모스크바 음식 페스티벌 10월호에 맛집으로 선정된 바르바라 카페(Varvara cafe)를 추천하고 싶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카페이지만 친절도나 편리성, 인테리어가 좋고, 무엇보다도 가성비가 우수한 음식 맛과 가격이 인상적이다. 가격이 높고 유명한 집이야 당연히 맛이 좋아야만 하지만 이렇게 독립가게 스타일의 각개전투 레스토랑이 메인 스트림과 구분되는 맛과 스타일을 견지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로서 모스크바의 식도락 문화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집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음료로 타르쿤(레몬 솔잎 코카서스 음료)이 아주 추천할 만하고, 구운 비트와 배 샐러드가 훌륭하다. 몰랐다. 뭉뚝하게 썬 비트와 배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경우는 처음 보았을 정도로 사각거림의 식감이 몹시 훌륭하고 버무린 올리브가 아주 고급지다. 

메인으로는 소꼬리 요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잘게 뜯어놓은 소꼬리 육질에 버섯과 사과를 함께 조리한 요리. 매쉬드 포테이토를 함께 곁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소꼬리의 풍미가 버섯과 함께 제곱되며 미약한 단맛의 백그라운드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빈 플라슈타의 타펠슈피츠와 서울 은호식당의 소꼬리 토막, 그리고 여기 바르바라 카페의 소꼬리 요리를 내 인생 3대 소꼬리 요리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전채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제공되는 일종의 주방장 오마카세인 Testing Menu도 꼭 도전해봐야 할 종목. 역시 볼쇼이 뒤편 골목에 위치한, 전혀 다른 스타일과 맛을 보여주는 테흐니쿰(Tehnikum)과 셈프레(Sempre)도 아주 훌륭한 이탈리아풍의 레스토랑으로 적극 추천한다. 

테흐니쿰

 

테흐니쿰의 라비올리가 아주 훌륭한데 무엇보다도 알 덴테가 보통의 경우 푹 익히는 모스크바 스타일과는 달리 살짝 오드득 씹히는 느낌을 강조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햄버거는 사이즈는 작은 편이지만 그 안의 야채와 고기의 선도가 무척 높으며 소스의 개운함도 아주 훌륭하다.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스타일리쉬한 테흐니쿰과는 달리 셈프레는 자연주의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맛집이다. 신선한 샐러드와 빵을 시작으로 겉은 스테이크의 구이 정도가 아주 훌륭하고 독일 감자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매쉬드 포테이토의 향기와 봉골레의 마일드한 맛 또한 으뜸이다.

그리고 볼쇼이에서의 공연이 끝난 뒤에는 바로 건물 뒤편에 위치한 볼쇼이 레스토랑(Bolshoi Restaurant)을 적극 추천한다.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집에 별루 없기도 하거니와 이 볼쇼이 레스토랑의 퀄리티를 쉽게 능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볼쇼이 레스토랑은 오페라 하우스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모든 장식과 공간이 오페라 하우스 못지않게 아름답고 격식과 구분이 아주 클래식하게 잘 정돈되어있으며 서빙도 마치 기계체조 선수들처럼 정확하고 신속하며 예의바르다. 메인 홀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미리 예약을 하면 입구에 위치한 독립된 룸에서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공연이 끝난 뒤 식사를 하러 온 발레리노나 가수들을 이 식당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움켜쥘 수 있기도 하다.

 

sempre

이집 메뉴 가운데 특히 찬 스프인 오크로슈카가 대단히 감동적이다. 크바스를 재료로 만든 냉스프는 약간 중국 냉면 국물맛과 비슷해서 거부감 없이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특징이다. 보르시는 빨간 비트색과 고기의 기름, 복합적인 국물색 세 개가 무지개처럼 은은한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비쥬얼만큼이나 훌륭한 맛을 낸다. 루콜라와 염소젖 치즈, 토마토로 구성된 샐러드들도 오일이 워낙 특이하고 좋아 아주 싱그럽다. 메인 디쉬로는 펄펄 끓인 스모키 비프 립아이가 인상적이다. 밤이랑 대추만 얹으면 영락없는 한국의 갈비찜이다. 오히려 갈비찜보다 부드럽고 스모키향이 매력적이며 복합적인 향이 우월한데 삼키는 맛 또한 대단히 매력적이다. 매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인 소고기 스트로가노프도 이집의 대표적인 메뉴로서 그 풍부한 맛과 향이 매우 자극적이고, 치킨 커틀렛이나 소 혀 스테이크도 아주 훌륭하다. 무엇보다도 이 집의 장점은 홀 입구에 장대하게 전시해놓은 각종 디저트들. 크림 위에 그려진 갈색 캬라멜 라인은 딱딱해서 살짝 씹히는 단맛을, 크림 그 자체는 러시아의 신선한 유제품으로서의 럭셔리함을, 스폰지 케익은 부드러운 아늑함과 입안을 코팅해주는 질감에서 기인하는 경쾌함을 제공해 준다. 이쁜 도자기에 담겨 나온 러시아 차와 함께 한 블루베리 치즈케익도 무척 수준이 높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주변

 

한편 유서 깊은 콘서트홀인 볼쇼이 홀이 위치한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주변에도 몇몇 맛집이 존재한다. 평소 젊은 사람들이 많고 음악가들도 많아서 얼마간 트렌디한 거리로 손꼽을 수도 있는데, 그러한 만큼 이쪽 거리도 최근 많은 레스토랑들이 속속 새로 들어서고 있다. 가장 먼저 비프슈텍스, 즉 비프 스테이크라는 이름을 가진 레스토랑을 손꼽을 수 있다. 전채요리 가운데 송아지 혀 냉수육이 꽤나 맛이 있어서 좋았고, 메인으로는 소고기 커틀렛도 그 튀김옷과 고기의 밸런스가 훌륭했다. 연어 스테이크는 두께가 압도적. 전체적으로 간이 마일드하고 제공되는 샐러드들도 전반적으로 신선하다. 

 

한편 콘서바토리 건너편에는 트윈스라는 훌륭한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다. 서울의 가로수길 같은 건물들 사이의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서 쌍둥이 쉐프가 운영해서 상호가 쌍둥이. 그 때 그 때 계절재료와 창작요리를 선보이는 쉐프 중심의 레스토랑이다. 이집의 특징은 러시아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것은 딱히 없지만)도 아니고 유럽의 특정 국가 스타일도 아닌, 쌍둥이 쉐프의 창작 작품이라는 것이 특징. 앙트레부터 하나 둘 씩 먹어보기 시작해 보면 전혀 새로운 식도락적 드라마가 고조되기 시작한다. 어디서도 맛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맛의 프레이징! 이쁜 핑거푸드들이 위액을 콸콸 분비케 하며 도입부를, 야채와 고기로 만든 경단과 만두 같은 요리들이 나오며 주제를 이루었다. 가볍되 인상적인 제시가 끝난 뒤 야채와 문어가 나오며 비로소 이 구루메적 소나타는 발전부에 이르기 시작. 이윽고 자작나무에 구운 소고기와 숯불에 구운 소고기, 그리고 잘 구워진 오리가 나오면서 진정한 대단원의 클라이맥스가 불꽃놀이처럼 3연발로 터져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경쾌한 다저트로 화려한 코다와 우유통이 곁들여진 커피까지 한 편의 교향곡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다. 장사도 잘 되고 명성도 높아져서 최근 볼쇼이 오페라 하우스 쪽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벨라루시

 

한편, 콘서바토리 바로 맞은편으로는 고색창연한 인테리어의 전통적인 레스토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벨라루시도 추천할 만하다. 아주 간단한 식사코스로서, 콘샐러드가 연상되는 믹스 야채 샐러드와 향이 그윽한 빵, 고향의 맛에 비견할 만한 맛있는 양파스튜, 소스 없는 삶은 면과 닭고기 커틀렛 등등, 단백한 맛과 풍부한 향이 인상적인 코스로서 검소한 모스크바 식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그러한 집이다. 

라 프리마

 

마지막으로 스타니슬랍스키-네미로비치 단첸코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는 바로 정문 앞에 위치한 라 프리마(La Prima)도 꼭 추천한다. 볼쇼이 레스토랑처럼 12시 무렵까지 영업을 하는 화려한 대규모 레스토랑으로서 여기는 가수들이 직접 라이브 공연을 하며 흥을 돋우는 것이 특징. 전반적으로 음식 맛이 아주 훌륭하고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곳 역시 공연이 끝난 뒤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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