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픽션과 다큐멘터리, 시와 에세이, 초상화와 자화상을 넘나들며 영화 속으로 들어간 예술가 아녜스 바르다. 삶이 예술이 된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

 아트나인이 7월 아녜스 바르다의 삶과 영화에 깊이 빠져드는 시간을 마련했다.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의 월례 기획전 ‘겟나인’이 7월에는 우연과 직관을 사랑한 예술가,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의 대표작 7편을 선정해 <아녜스 바르다 감독전>을 선보인다.

아녜스 바르다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 주며 누벨바그 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를 시작으로, <행복>,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방랑자>, <낭트의 자코>,<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아녜스 바르다의 해변>까지 대표작 7편을 아트나인에서 만나볼 수 있다.

7월 GET9 첫 작품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는 ‘파리에서 만들어진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화려한 스타의 삶을 살아온 클레오가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의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파리의 거리를 배회하다 자기 내면을 주체적으로 마주하는 이야기. 뤼드 리볼리, 퐁네프 다리, 콩데 거리 등 파리를 돌아다니는 5시부터 7시까지 실제 물리적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묘사된 영화로, 시간에 대한 영화적 감각의 실험을 만나볼 수 있다. 

바르다가 “팔레트를 닮아보려고 한 영화”로 표현한 <행복>은 주인공들의 미묘한 심리변화에 따라 노란색과 붉은색 등으로 짙게 물드는 섬세한 형식이 빛나는 작품이다. 유부남 프랑수아가 에밀이란 이름의 여성과 사랑에 빠져 더 큰 행복감을 느끼고, 아내 테레즈에게 새로운 사랑을 허락해 달라고 하는 이야기.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도발적인 주제를 지닌 작품으로 제15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세 번째 작품,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은 여자>는 매우 다른 삶을 사는 두 여성 수잔과 폴린의 약 15년간의 관계를 연대기적으로 기록한 우정과 여성의 권리에 관한 작품. 영화 속 폴린이 경쾌한 리듬을 배경으로 여성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파격적인 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즐거운 액티비즘을 표현하는 바르다 특유의 재치가 빛나는 영화. 

방랑자

네 번째 작품, <방랑자>는 제42회 베니스영화제에서 OCIC상과 황금사자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 한 겨울, 농촌의 개울가에서 한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냉혹하고 차가운 세계 속 자기 욕구에 투철한 한 여성 방랑자 모나가 죽음에 이르는 여정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

<낭트의 자코> (Jacquot of Nantes)

 다섯 번째 작품 <낭트의 자코>은 아녜스 바르다가 평생의 연인인 자크 드미에게 보내는 연서이자 초상화. 자크 드미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과 그가 나중에 만든 영화 장면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드미의 영화가 지닌 매혹을 흥미롭게 탐구하고 있는 아름다운 영화로, 자크 드미는 이 영화의 제작 도중 세상을 떠났다.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The Gleaners & I)

여섯번 째 작품,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는 다큐멘터리리스트로서 아녜스 바르다의 명성을 확고하게 한 후기 대표작 중 하나이다.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에서 시작한 영화는, 남아 있는 농산물이나 과일들을 줍는 사람들, 도시의 쓰레기통에서 주운 음식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 또는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서 작품을 만드는 미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줍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바르다는 무언가를 줍는 사람들의 행위가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을 하며 자신의 ‘예술적 줍기’를 더하여, 마치 일기를 쓰듯이 줍는 사람들을 정겹고 주관적인 형식으로 담아낸다. 

7월 GET9을 장식할 마지막 작품<아녜스 바르다의 해변>은 팔순을 앞둔 아녜스 바르다가 직접 카메라 앞으로 나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풍경이 보일 텐데, 나를 들여다보면 해변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던 바르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와 사진, 인터뷰 영상 등을 활용하여 마치 자화상과도 같은 놀라운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무거운 세상 속에서도 좁은 틈새에 흐르는 희망을 포착해 낸 아녜스 바르다. 7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대표작 7편과 함께 하는 아트나인 월례 기획전 GET9 [아녜스 바르다 감독전]은 2023년 7월 관객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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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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