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_윤한결 ©Gstaad Menuhin Festival

한국인 최초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2023)한 윤한결 지휘자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라벨,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흥미로운 무대를 연다.

‘신(神)화와 신(新) 음악’을 주제로 국립심포니의 2024시즌을 관통하는 ‘혁신성과 동시대성’의 흐름을 이어간다.  지휘자 윤한결이 포디움에 오르고, 라벨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장 에프랑 바부제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스트라빈스키의 ‘신’고전주의 대표작 <풀치넬라 모음곡>으로 포문을 열며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을 연주한다. 발레가 원작인 이 작품은 바로크 작곡가 페르골레시의 3중주 소나타, 오페라 등의 작품에서 선율적 요소와 소재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17~18세기 음악의 형태와 20세기의 현대적 주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순서도 마련됐다. 화려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띤 ‘피아노 협주곡 G장조’에는 라벨이 미국을 방문한 이후 접한 재즈와 신문물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한편, 전쟁으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를 위해 작곡된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또한 한 손으로 연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역동적인 악상이 귀를 사로잡는다.

2_피아노_장-에프랑 바부제 (c) B Ealovega

한 작곡가의 두 개의 협주곡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도 드물지만, 라벨 스페셜리스트인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와의 매칭으로 프랑스 피아니즘을 만끽할 수 있다.

바부제는 “다른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보다 라벨을 연주할 때 내가 프랑스인인 것을 더 느낀다”고 이야기한 만큼, 그만의 라벨 해석을 기대하게 한다. 이번 무대는 철학적 사색을 뒤로하고 유희와 청각적 쾌감에 초점을 둔 라벨의 내밀한 음악관을 엿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연의 대미는 러시아 신화를 다룬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이 장식한다. 마법에 걸린 공주, 마법사 카스체이와 그 성정원에 있는 불 새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에는 설화의 신비로움과 러시아적인 야성미가 깃들어 있다. 1911년 최초로 연주된 이후 세 번에 걸쳐 개작되었는데, 이번 무대에는 1919년 버전이 오른다. 간략하면서도 작품의 주요 모티브와 장면들이 효과적으로 수록되어 있어 자주 연주된다. 

평단으로부터 “기술적으로 뛰어나 준비된 지휘자”라고 평가받는 윤한결은 더욱 깊어진 음악관으로 스트라빈스키의 서사를 펼쳐 보인다.

한편, 협연자로 나선 바부제는 3월 4일 국립예술단체연합회 N스튜디오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그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을 만나 그가 그간 쌓아온 음악적 경험의 빗장을 풀 예정이다. 국립심포니는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거장과 미래세대와의 만남을 주선해, 차세대 음악가들에게 폭넓은 음악적 경험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지휘자 윤한결은 “동경해왔던 악단과의 인연이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다”라며, “국립심포니는 단원 모두 다양한 색채를 갖고 있어 폭넓은 레퍼토리를 연주할 수 있는 악단이어서 기대가 된다”라고 밝혔다.

3.9 토 19:30   롯데콘서트홀

program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모음곡’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1919 Version)

 지휘, 윤한결 (1994, 30세)

 윤한결은 2023년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했고, 부상으로 2024년 8월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함으로써 공식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페스티벌 데뷔도 앞두고 있으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도 다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2019년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 및 아카데미에서 역대 최연소로 네메 예르비 상을 수상한 윤한결은 같은 해에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캠퍼스 지휘'(CAMPUS Dirigieren)에서 3위에 올랐다. 2021년에는 제1회 KNSO 국제지휘콩쿠르에서 2위와 관객상을, 2020년 게오르그 솔티 콩쿠르와 2021년 독일 지휘상(Deutscher Dirigentenpreis)에는 각각 결선에 진출했다.

윤한결은 2021년에 노이슈트렐리츠 신 브란덴부르크 극장 오케스트라의 제2카펠마이스터를 역임했고, 2년에 걸친 임기 동안 <파리의 삶>이나 <세비야의 이발사> 등의 오페라를 지휘했다. 그는 2020년 루치아노 베리오 국제 작곡 콩쿠르와 2018년 함부르크 토날리(TonaLi) 작곡 콩쿠르, 2016년 바렐 작곡 콩쿠르, 2015년 제네바 콩쿠르에 출전 등 작곡가로서도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작곡가로서의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에는 부다페스트의 외트뵈시 페테르 재단에서 가르침을 받는 두 작곡가 중 하나로 선정되며 작곡가 외트뵈시 페테르가 그의 작품을 지휘했으며, 조지 벤저민에게서도 가르침과 조언을 받았다.

윤한결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지휘자, 작곡가로서 데뷔했다. 2021년에는 최신작인 '그랑드 히팝'(Grande Hipab)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앙상블 모데른의 연주로 초연되기도 했다. 대구 출생인 그는 2021년부터는 뮌헨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뮌헨 국립음대에서 지휘, 작곡, 피아노 연주를 전공했다.

 피아노, 장-에프랑 바부제 (1963, 61세)

 장-에프랑 바부제는 프랑스 출신으로, 특히 고국 작곡가인 라벨과 드뷔시 해석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음악가다.

라벨과 드뷔시의 피아노를 위한 독주 작품 전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하며 평단으로부터 그의 감각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시적 감수성을 겸비한 세련되고도 절묘한 균형 감각의 연주로 호평받았다. 바부제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담은 음반으로는 “50년 전, 미켈란젤리 이래 최고의 연주였다”(앤드류클라크, 파이낸셜 타임 2011년1월 기사)라는 극찬을 끌어낸 바 있다.

장-에프랑 바부제는 1986년 독일 퀼른에서 열린 ‘국제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듬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영 콘서트 아티스트 오디션’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헝가리가 낳은 지휘 거장 게오르그 솔티(1912~1997)가 지난 1995년 그를 파리 오케스트라와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자로 발탁하면서 세간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솔티 사후 바부제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피에르 블레즈 등 유명 지휘자들과 인연을 맺으며 정기협연 기회를 가져왔다. 그는 활발한 연주 활동과 음반 발매를 통해 지난해 국제클래식음악상(ICMA)로부터 ‘올해의 아티스트’에 선정된 데 이어, 영국 ‘그라모폰 어워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2013년 10월 성남아트센터에서의 첫 번째 내한 연주를 시작으로, 2017년 금호아트홀 독주회, 2019년 서울시향과 협연, 2022년 KBS교향악단 협연까지 다수의 방한 연주에서 탁월한 해석으로 무장한 유려한 연주를 들려주며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우승한 2022년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을 역임한 것으로도 한국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음악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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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포니는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감상 지평을 열고자 미술작가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포스터 작업에는 그래픽 디자인과 레터프레스 작업을 이어온 툴프레스가 참여했다. 라벨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리듬감과 음향적 신비로움을 구슬과 소라의 이미지로 구현했다.

[Classic x Canvas] <The Imagery> 작가의 말

라벨의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은 작은 구슬들이 빛나는 쟁반 위를 무리 지어 굴러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잠시 멈춰 서는 것 같기도 한 선율은 아름답지만, 어딘가 신비로움도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재즈의 리듬감도 숨어있어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기교가 신비로운 곡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시각적인 어떤 특정한 것을 정의하고 찾아내기보다 그 소리의 느낌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소라의 입구에 귀를 기울이면 새어 나오는 소리, 땅 위에서 꽃을 피우는 선이 가는 식물. 그것들이 대칭을 이루거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두 개의 협주곡이라는 숫자<2>에서 착안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보이더라도 그 소리의 다양성은 넘치도록 전해지기를.

작가 : 툴프레스

도쿄와 서울의 소상공인이 꾸려가는 그래픽 디자인 & 레터프레스 작업실이다. 원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디자인하고, 레터프레스로 표현한다. 툴프레스는 ‘뭐든지 빠르게 편리하게’를 추구하는 것이 비단 요즘이 아닌 세상이 생겨났을 때부터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작업에 임한다. 남다른 결과물을 위해 천천히 기다리는 과정을 즐기는 마음으로, 10년, 20년 후에도 최선의 선택사항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작업을 꿈꾼다.

연주_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since 1985)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85년 국내 최초의 민간 교향악단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로 출발해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단체로 지정되며 관현악·발레·오페라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극장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했다. 폭넓은 레퍼토리로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가운데 신한류 흐름 속 국립예술단체로서 차세대 음악가를 위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며 2022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재탄생, 대한민국 교향악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연 100여 회 이상의 연주로 국민의 문화향유권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영화부터 게임, 온라인 공연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클래식 저변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뉴미디어 시대에 맞춰 국내 오케스트라 중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출과 4K 영상과 3차원 다면 입체 음향 녹음을 기반으로 한 고품질 아카이빙을 통해 새로운 감상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핵심인 ‘연주자-작곡-지휘’ 세 분야의 미래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교육하는 ‘KNSO 국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작곡가 육성을 위한 ‘KNSO 작곡가 아틀리에’, 전 세계를 무대로 차세대 지휘자를 발굴하는 ‘KNSO국제지휘콩쿠르’ ‘지휘자 워크숍’ 등 K-클래식을 이끌어갈 차세대의 성장을 지원하며 클래식 음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어간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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