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태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

한국 성악의 위상이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경연 대회에서 다시 한번 빛났다.

6월 3일(토, 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바리톤 김태한이 1위를 수상했다. 김태한(23)은 1위 상금 2만 5천 유로(한화 약 3,500만원)을 받게 된다.

1988년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로는 첫 사례다.

또한, 베이스 정인호(33)가 5위에 입상해 K-클래식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첼로 부문으로 최하영이 우승해 한국은 2년 연속 대회를 석권하게 됐다.

김태한에 이어 2위는 콘트랄토 자스민 화이트 Jasmin White(미국/93년생), 3위는 소프라노 율리아 무치첸코그린할 Julia Muzychenko-Greenhalgh(러시아-독일/94년생), 4위는 메조 소프라노 플로리안 하슬러 Floriane Hasler(프랑스/94년생), 5위는 베이스 정인호(91년생), 6위는 메조 소프라노 즬리에트 메이 Juliette Mey(프랑스/00년생)가 수상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는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힌다. 1937년 ‘이자이 콩쿠르’라는 명칭과 함께 바이올린 부문을 대상으로 창단됐다. 창단 이후 바이올린과 피아노 부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나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해 휴지기를 맞았고, 1951년 엘리자베스 본 비텔스바흐, 벨기에 왕비의 후원 아래 지금의 이름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로 명칭이 개정되며 재개됐다. 1953년 작곡 부문, 1988년 성악 부문, 2017년 첼로 부문이 추가됐고, 2012년 이후로는 작곡 부문은 개최되지 않고 있어, 현재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첼로 부문이 번갈아 가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역대 한국인 우승자로는 4명의 우승자, 홍혜란(성악·2011년), 황수미(성악·2014년), 임지영(바이올린·2015년), 최하영(첼로·2022년)이 있다.

올해 대회에서는 본선 무대부터 한국인 참가자가 최다를 차지하며 초반부터 현지 매체의 주목을 받았고, 결선에 김태한과 정인호(31·베이스), 다니엘 권(30·바리톤) 3명이 진출했다. 12명 중 6위까지가 입상자에 해당하는데, 이번 대회 결선 진출자 중 유일한 베이스인 정인호도 5위로 입상에 성공했다. 한국은 성악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2명이 동반 입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https://queenelisabethcompetition.be/en/home/

성악 부문으로 개최된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18세부터 만 33세 이하의 젊은 성악가를 대상으로 한다. 2023년 올해는 전 세계 412명의 성악가들이 지원했으며, 예선 영상 심사를 통해 한국인 18명을 포함한 68명의 참가자들이 본선에 진출했다. 그 중 13명이 기권(한국인 1명 포함)하여 한국인 17명을 포함한 55명의 성악가들이 본선에 임했다. 현지시각 5월 21일(일)부터 진행된 본선 1차 및 준결선을 통해 12명의 참가자가 결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6/1(목)부터 6/3(토)까지 3일간, 브뤼셀 앙리 르 뵈프 홀 Salle Henry le Boeuf에서 라 모네 심포니 오케스트라 La Monnaie Symphony Orchestra(지휘 알랭 알티놀뤼 Alain Altinoglu)와 협연하며 결선 무대를 치렀다. 2023년 콩쿠르에는 벨기에의 작곡가이자 음악학자 베르나르 포크훌이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었으며, 한국의 소프라노 조수미, 미국 소프라노 준 앤더슨, 벨기에 바리톤 호세 반 담, 아르헨티나 메조 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와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등 17명의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됐다.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레오니드 코간, 제이미 라레도, 바딤 레핀,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 레온 플라이셔,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등이 있고,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성악 부문에서는 홍혜란(2011년 1위), 금호영아티스트 출신 황수미(2014년 1위), 박혜상(2014년 5위)이 있다.

그 외 부문에서는 2015년 기악부문 최초로 1위를 수상한 금호영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을 비롯하여, 바이올린 부문 강동석(1976년 3위), 故배익환(1985년 2위), 금호영재 출신 故권혁주(2005년 6위), 금호라이징스타 출신 김수연(2009년 4위), 금호영재 출신 윤소영(2009년 6위), 금호영재 출신 신지아(2012년, 3위)가 있고, 피아노 부문에서는 백혜선(1991년 4위), 박종화(1995년 5위), 임효선(2007년 5위), 금호영재 출신 김태형(2010년 5위), 금호라이징스타 출신 김다솔(2010년 6위), 한지호(2016년 4위), 작곡 부문에서는 조은화(2008년 1위), 전민재(2009년 1위) 등이 있다.

올해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바리톤 김태한은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2022년 9월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했다. 같은 해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와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각각 특별상을, 2021-22 노이에 슈팀멘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는 브라이언 디키 젊은 음악가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 발돋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2위와 중앙음악콩쿠르 2위를 수상하였고, 2018년 신한음악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나건용 사사로 서울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김영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순수 국내파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의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로 지난해 9월 첫 독주회를 마치며 데뷔한 성악계 샛별이다.

VOICE 2023 : First Prize

Taehan Kim currently studies at the College of Music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where he is taught by Gunyoung Na. He has won several awards at international singing competitions, including the Brian Dickie Young Talent Award at the Neue Stimmen international singing competition in 2022, Second Prize at the Gwangju competition in 2022, the Scholarship Prize at the Concorso Internazionale Riccardo Zandonai 2022, and an Extraordinary Prize at the Concurso Tenor Viñas the same year. He also won Second Prize at the Joongang competition and is a laureate of the Shinhan Music Awards 2018. Taehan Kim has performed in productions including Offenbach’s The Tales of Hoffmann with the SNU Symphony Orchestra at the SNU Cultural Center Grand Theater and in recital with Jihyun Joy Kang at the Kumho Art Hall Yonsei for the Kumho Asiana Cultural Foundation.

5위를 수상한 베이스 정인호는 2022년 오토 에델만 국제 성악 콩쿠르, 페루초 탈리아비니 국제 성악 콩쿠르, 마망드 국제 성악 콩쿠르, 리카르도 찬도나이 국제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하며 국제적 입지를 단단히 하였다. 2023년 5월 독일 뮌헨 게르트너플라츠 극장에서 열린 베르디 ‘루이사 밀러’에서 발터 백작역으로 출연했으며, 2023/2024 시즌 독일, 벨기에, 프랑스의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 데뷔를 예정하고 있다. 정인호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스튜디오 과정을 수료했다.

김태한은 “콩쿠르를 준비하며 음악에 잠겨 살았던 것 같았다. 무대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노래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세계 각국을 돌며 노래하는 오페라 가수가 꿈이다.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총 12명이 진출한 이번 대회 결선 무대는 3일 동안 개최됐는데, 결선 진출자는 최소 3곡에서 6곡을 부르고, 두 가지 이상 언어 및 오페라 아리아 1곡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지난 2일 무대에 오른 김태한은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네 곡을 선보였고, 특히 베르디의 곡을 이탈리아어 대신 '불어 버전'으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벨기에가 불어권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전달력을 극대화한 탁월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성악가 조수미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어 한국인 우승자를 축하하며 더욱 의미를 더했다.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은 올해 대회까지 9년 연속 주최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한국인 참가자들을 지원했다. 문화원은 추후 콩쿠르 입상자들을 초청해 갈라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m10bVhWgUE&t=1s

김태한 독창회

https://www.youtube.com/watch?v=S-aIH7bH104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트윗하기

강영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