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김지민의 댄스다이어리 ① ] 나를 읽고 쓰게 한 사람, 그러한 사랑청춘을 말하다

 

언젠가 청춘을 말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글을 잔뜩 적어보겠다 말했다.

나에게 있어 청춘은 눈부시게 빛나고도 아련한 것.

말로 담을 수 없지만 매일 같이 말하고 싶은 것.

가히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것.

 

어릴 적에는 내가 스물에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요리를 하고 있을지, 티비에 나올지, 춤을 출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

막연하게 20대의 내 모습은 찬란하게 빛이 날 것이라고 했다.

뭐가 되더라도 내 청춘은 빛날 거라 했다.

 

자라나며 많은 인연을 만나고, 몇 번의 연애를 하고,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사랑도 해보았다. 난 어느덧 20대가 되었고 글을 쓰고 있었다.

 

어릴 적 막연하게 바랬던 찬란한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다.

 

살아가며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경험들이 과연 짙었는지에 대해 고민을 더욱 할 필요가 있다. 내 마음속 안에 자리 잡은 도화지는 강했던 기억을 가장 짙게 바르고 지우지 않으려 한다.

수없이 많은 그림이 그려져 있던 나의 도화지에는 가장 강했던 기억으로 인해 모두 뒤덮였다. 과거의 그림을 잃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꺼내 볼 수는 없었다.

스케치를 끝낸 그림 위에 빨간 물감을 엎은 듯이 말이다.

 

나에겐 사랑이 그랬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난 출발지였던 그 사랑보다 종착지였던 이별이라는 역이 더 짙은 경험이지 않았나 싶다.

사랑으로 짙게 발린 내 도화지에는 이별을 통해 채도가 더욱 높은 물감으로 덮였으니 말이다.

 

난 어차피 지울 수 없는 그 색을 숨기려 하는 것보다 속에 가득 들어찬 내 감정을 글에 드러내기로 마음먹었다. 그 사랑을 다시 꺼내는 일은 고역이었으며 첫 단어를 꺼내는 일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마치 너에게 손편지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내 공간들은 옛 추억에 점차 젖어 너무나 아렸지만, 그 행위는 날 미치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수면제였고 달콤한 술 한 잔이 돼주었다.

 

어쩌면 그 사랑과 이별을 통해 내 미래는 송두리째 바뀐 것은 아닐까.

 

그녀와의 행복한 기억과 시린 상처가 없었다면 이 모습은 있을 수 없었겠지.

적고 쓰지 않았겠지. 지금은 살기 위해 적는 글이지만, 다가올 겨울에는 내 이야길 책으로 적어 새로운 물감을 입히고 또 물들여 주련다.

 

난 그 사랑에 많을 걸 얻었고 갚을 수 없는 빚을 졌다.

 

김지민

 

글_김지민 

퍼포머, 작가
성균관대 예술대학 무용학부 4학년 휴학중
서울예술고 무용학과 졸업

 

삶이 있기에 예술이 있고 예술이 있기에 삶을 추억할 수 있다.

사람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나의 예술이 될 수 있으리라 간절히 소망하며 또 그러한 것을 몸과 글에 담아낸다. 나의 보잘것없는 예술이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고 누군가를 숨 쉬게 할 수 있기에 허투루 담지 않는다.

_ 김지민   

 

* THE MOVE 는 젊은 예술가의 고민과 방황의 과정 속에 예술의 탄생이 형성되어가는 일련의 히스토리를 담고자 김지민의 글을 연재한다. 김지민은 춤추는 무용가, 사진, 에세이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