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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립무용원의 길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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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염원이 담긴 토론회가 지난 4월 27일(목)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 개최됐다. 무용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바, 토론회 전에 1500명이 모여 국회의사당 앞에서 결의를 다졌다.

김승수 의원 축사

유정주, 김승수 국회의원 공동주최・주관로 이루어진 이날 토론회는 조남규 (사)대한무용협회 이사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김승수, 유정주, 김윤덕, 임종성, 배현진 의원이 차례로 축사를 통해 국립무용원 건립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사)한국발레협회 박재홍 회장의 사회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발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세계속의 우리 무용과 경쟁력 제고 방안’이라는 주제 하에 무용이 세계 속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연, 교육, 아카이브, 인큐베이팅, 레지던스 등 다양성이 확보돼야 함을 언급했다. 오랫동안 활동했던 독일 슈트트가르트 발레단 사례를 들어 플랫폼 구축을 통한 아카이브의 중요성도 부연했다. 국립무용원 건립은 공간조성을 통한 다양한 활동 기반 마련, 대한민국 무용이 세계속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을 역설했다.

 

이어 장광열 한국춤정책연구소장은 ‘국립무용원, 왜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논의, 연구, 정책 등이 2021년 국립무용원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까지 이어오고 있음도 언급했다. 단시간의 길이 아님을 강조함으로써 필요성을 부각했다. 특히 유럽댄스하우스연합회(EDN)를 비롯해 세계 여러나라들의 사례를 통해 논거를 뒷받침하는 데 집중했다.

 

총 다섯 명의 토론자 중 첫 번째 순서를 맡은 안병주 경희대 교수는 무용 전용극장의 필요성, 기초예술의 중요성, 민간 단체의 대관 어려움 등 무용단체의 현실 등에 대해 집중 진단했다. 홍성욱 와이즈발레단 예술감독은 보는 관객에서 체험 관객으로의 변화가 있는 현실 속에서 스타 무용가도 중요하지만 안무가 개발, 육성도 중요하다면서 국립무용원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훈 C2dance 현대무용단 대표는 무용의 창작 환경, 시스템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토론했다.

활동과 창작을 위한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기존 선호도가 높은 극장으로는 한계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기성 무용단체와 젊은 무용가(단체)와는 경쟁력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바, 이에 대한 형평성 있는 처리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은 고민할 지점 중 하나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불균형 해소를 위한 중심 거점의 필요성, 소프트웨어의 준비, 내외적 거점을 아우르는 것까지 고려할 사항임을 말했다. 눈과 귀과 많이 쏠린 강연경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은 건립에 필요한 부지 확보를 위한 노력과 현재 진행 상황 등을 언급했다. 국유지, 지자체 등의 동의가 필요한 점, 예산 관련 논의 등이다. 무엇보다 국립무용원 건립에 대한 필요성, 기능과 역할에 대한 중앙 행정기관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금은 전문극장・전용극장 시대다. 예전에 우후죽순처럼 각 지자체마다 문예회관이 건립 된 다목적극장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형편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극장 컨디션, 운영체계와 방식 등 개선해야 될 사항은 적지 않다. 요즘은 광역・기초 문화재단이 해당 지역의 극장들을 운영하는 추세다. 결국 전용극장은 ‘전문(專門)’이라는 키워드와 상관성을 지닌다.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하면서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상당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는 2015년 10월 29일, 박홍근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전통공연예술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전통극장 건립 필요성과 운영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바 있다. ‘극장레퍼토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내용도 일정 부분 반영됐고, 메이저 극장에서 일한 경험 등이 글에 수용됐다. 한국전통극장 건립이 필요한 이유 세 가지를 전통예술이 가진 문화·역사적 측면, 극장을 경영하는 예술경영적 측면, 전통예술을 수용하는 수용자 측면 등으로 세분해 상술했다.

이러한 세 가지 필요성과 더불어 전통극장의 운영 방향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전통극장을 목적별 관점에서 논의한 결과, 전통극장의 전용극장화, 상설극장화, 극장레퍼토리화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전통예술 각 장르에 가장 적합도가 높은 공간 형태와 규모를 가진 무대를 전통극장 내에 배치하는 것을 전제로 ‘연희극장’, ‘음악극 극장’, ‘연주극장’, ‘야외극장’으로 장르별로 분화시킴과 동시에 목적별 관점 적용에 부합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전통극장’을 ‘무용 전문극장’으로 치환시키면 적용할 여지가 적지 않다. 국립무용원의 길을 위해 아래에서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국립(國立)’과 ‘무용(舞踊)’이란 키워드가 정체성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연예술 장르 중 은유가 강하고, 신체 언어를 통해 움직임의 어법을 구사하는 춤이 지닌 내재성과 고유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국립이 지닌 무게감과 책임감때문이다. 소명의식 또한 필요하다. 수요자인 국민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용이란 콘텐츠는 상품(공연작품)과 서비스가 그 기능을 제대로 할 때 명실상부하다. 진중한 고민이 요구된다.

 

둘째, 미션과 비전, 운영 체계 등에 대해 건립 준비단계 때부터 착실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소수가 아닌 대의를 위한 기관이 돼야 함은 불문가지다. 극장이란 공간은 이제 단순한 기능적, 기술적 차원을 넘어선다.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가치와 효용성, 역할이 중첩되기 때문이다. 극장 전문가의 의견, 수요자인 관객, 무용예술가들의 니즈를 수렴하는 채널과 과정이 긴요하다.

 

셋째, 국립무용원은 기능이 다양하다. 기능 극대화를 위한 기반 조성 작업을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 건립을 위한 조사 연구에 따른 주요 기능을 보자면, 제작 및 발표, 교육, 아카이브, 정보 및 서비스, 교류 및 유통, 대외협력 기능 등 다양하다. 이에 따른 도입시설 또한 전용극장, 연습실,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세미나실, 회의실, 자료실, 연구실, 교류공간, 판매공간, 업무공간 등으로 연결된다. ‘무용의 대중화와 무용계의 실질적 지원을 통한 국민들의 문화향유권 증진’이라는 비전이 ‘무용전용 창작 인프라 구축 및 지원’, ‘무용예술 생활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 ‘무용인 및 무용 관련 정보 교류’, ‘무용 확산의 플랫폼 역할’이라는 4가지 목표에 유기적으로 연결돼 전략이 마련되고,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국립무용원 건립에 따른 무용인들의 관심을 재확인한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법률, 제도, 행정, 예산, 운영 등 건립 추진을 위한 제반 요소들이 잘 충족돼야 한다. 무용의 진흥과 발전이라는 산을 오르기 위한 큰 길을 이번 결의대회와 토론회를 통해 냈다. 아직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길은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길이 어디를 향할지, 누구를 향하는지, 누구와 함께 해야되는지 등 길섶을 잘 살펴야 한다. 길섶은 주변인이라 아니라 중심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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