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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흙이 되는' 임옥상의 환경미술_<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展1990년대 이후 매체탐구 통해 확립한 흙산수 등 회화 신작과 대형 설치 신작 3점 등
1. 흙의 소리, 2022, 흙, 혼합재료, 390x480x300cm.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제공

대지의 신 가이아(Gaia)의 머리가 옆으로 누워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거대한 두상이 앞에 놓여있다.  국립현대미술관 6전시실에서 만나는 임옥상 작가의 대형 설치작으로 흙으로 빚어진  <흙의 소리>(2022) 신작이다.

작품의 한쪽에는 입구가 마련되어 그 거대한 인간의 머릿속으로 관객을 걸어 들어가게 한다. 동굴과도 같이 다소 어두운 공간에서 가이아, 대지의 어머니가 내는 숨소리를 감각할 수 있다. 긴 계단과 복도를 지나가면 다소 어두운 공간 안에 거대한 흙벽이 펼쳐진다.

흙의 소리, 2022, 흙, 혼합재료, 390x480x300cm.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제공, 사진 이의록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한국현대미술 주요 작가 임옥상의 대규모 신작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을 10월 21일부터 2023년 3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서울관 6, 7전시실과 야외 전시마당에 대규모 설치작 6점을 포함해  40여 점의 작품과 13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가 소개된다.

 

여기, 일어서는 땅, 2022, 흙, 혼합재료, 200x200x10cm(36ea), 1200x1200x10cm(전체),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작가의 신작 중 하나인 12m 높이의 대규모 설치 작업 <여기, 일어서는 땅>(2022)을 전시의 중심에 놓고 6전시실과 전시마당에 설치 작품을, 7전시실에 평면 작품을 위치시키며 작가 초기 회화와 최근작을 “깍지 끼듯” 마주 이어 구성한다.

 

 리얼리즘 미술에서 출발, 대지미술, 환경미술로까지 자신의 작업 영역을 넓힌 임옥상의 현재 활동과 작업을 살펴보고자 기획했다.

서울관 내 6, 7전시실과 전시마당 등 장소특정적 조건과 상황을 활용해 선보이는 신작들을 통해 최근 작가의 작업 특성은 물론 보다 확장된 맥락에서 작가의 예술세계를 다시금 들여다보고자 한다.

성균관 명륜당 은행나무를 그리다, 2022, 캔버스에 흙, 먹, 아크릴릭, 162x112x3cm(3), 162x336x3cm(전체),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제공, 사진 이의록

 

 

임옥상 작가

임옥상은 1950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땅 Ⅱ, 1981,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유채, 141.5x359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임옥상 미술연구소 사진 제공

1981년 문혜진흥원 미술회관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1990년대 들어서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04년, 2010년 베이징비엔날레 등 국제미술행사들에 초대되었다. 

작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미술관 밖’ 미술실천적 참여프로그램, 이벤트, 설치, 퍼포먼스 등을 다수 기획・진행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공공미술, 공공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통의 계기를 구체화했다. 근래 파주 장단평야의 실제 논에서 ‘예술이 흙이 되는’ 형식을 빌려 일종의 환경미술 혹은 대지미술, 현장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이는 작가의 오랜 인생관, 예술관이 복합적으로 엮여 펼쳐진 실천의 장이라 볼 수 있다.

 

<여기, 일어서는 땅>(2022)은 패널 36개를 짜 맞춘 세로 12m, 가로 12m의 대규모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파주 장단평야 내 논에서 작업했다. 미술재료용으로 가공되어 정제된 흙이 아닌 ‘진짜’ 흙, 생존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땅 흙을 마주한다. 작품 표면 위에 인식 가능한 형상들 외에 즉자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는 흙의 질감과 색이다.

 <여기, 일어서는 땅>은 재료나 의미에 있어 매우 근원적인 지점에 닿아 있다. 장단평야 논에서 떠온 흙은 추수 후 땅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베고 남은 볏단의 아래 둥치, 농부와 농기계가 밟고 지나간 자국, 논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생물들의 흔적, 그리고 여전히 배어있는 땅 냄새, 숨 냄새 등이 원초적인 무의식을 건드리는 듯하다.

 

임옥상이 처음 작가 활동을 시작할 즈음 물, 불, 흙, 철, 대기 등의 물질적 요소들은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들판 저 멀리 보였던 불의 형상을 잊을 수 없었고 청년 시절에는 들과 산으로 들어가 직접 자신의 신체로 자연과 접촉하고 호흡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했다.

6. 흙 A23, 2018, 캔버스에 흙, 먹, 227x145cm. 개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제공, 사진 이의록

7전시실은 재구성된 작가의 제1회 개인전(1981)과 그 시기 회화 작품들의 물리적 거리‘사이’를 움직여 걸어 다니는 관객의 신체적 행위를 통해 비로소 의미가 채워지며, 이어 작가의 최근 회화 작품들을 마주하게 한다. 

 

산수, 2011, 코르텐스틸, 270x900x3cm. 개인 소장, 임옥상 미술연구소 사진 제공

2010년대 작가는 캔버스 위에 흙을 덧발라 채우고 그 위에 유화물감, 먹물 등을 혼합하여 흙산수를 그려냈다. 그 형상들은 작가의 신체적 행위 자체를 반영하기도 하고, 상당히 구상적인 전통 산수(山水)풍경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회화 신작도 포함되었다.

 

9. 검은 웅덩이, 2022, 혼합재료, 지름 4m,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제공

미술관 내 중정(中庭)인 전시마당은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장소로, 작가는 이곳에 지름 4m가 넘는 웅덩이인 <검은 웅덩이>(2022)를 한가운데 만들었다. 그 속에는 검은 물이 가득 차 있는데, 바람과 풀의 흐름에 미세하게 영향을 받으며 흔들린다. 웅덩이를 ‘숨구멍’이라 칭하는 작가의 시선을 고려할 때 생태, 문명, 혹은 문화, 사회 등 어떤 관점이든 눈앞의 웅덩이는 ‘지금’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검은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대형 구상 조각 <대지-어머니>(1993)는 철로 제작된 작품으로 마치 흙이 들려 일어나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6전시실과 7전시실 사이 복도 공간에는 이번 전시 설치 기록 영상이 함께 전시되어 준비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서울관 전시마당 전경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계 주요 작가 임옥상의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작가 작업에 대한 정형화된 이해를 벗어나 보다 확장된 시각으로 작가의 작업세계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중진 작가들의 현재를 짚어보고, 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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