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전속 국립창극단의 판소리 ‘흥보가’를 리메이크 창극 ‘흥보씨(Mr. Heungbo)’를 4월 5일부터 16일까지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극본과 연출은 기발한 연출력과 비상한 필력으로 알려진 고선웅이 맡았는데 그의 두 번째 창극 ‘흥보씨’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선웅은 “착한 사람들이 갈수록 없어지고 용기를 잃는데 나쁜 사람들만 잘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흥보가를 연출하게 되었다. 착하게 산다는 것에 대한 관점을 달리 본다. 선행이란 스스로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었다.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본래의 이야기가 더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했다.” 고 극의 연출의도를 밝혔다.

말하는 호랑이나 외계스님 캐릭터에 대해서는 “외계스님은 정말로 우주에서 누군가 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서 만들었다. 간절히 염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잖나. 말하는 호랑이는 그냥 연출하기 심심하니까 탄생한 캐릭터다.”라고 설명했다.

배우이자 소리꾼, 인디밴드 보컬로도 활동 중인 재주꾼 이자람이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우리 전통에 자신만의 감각을 덧입혀 새로운 장르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해온 이자람이 국립창극단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품고 있는 한국의 고전, 판소리를 동시대에 맞춰 변화시키되 원형을 놓지 않는다는 룰을 정했다. 고선웅은 권선징악의 교훈은 살리되 원작에 없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추가했다. ‘흥보’ ‘놀보’ 형제의 출생에 얽힌 비밀 사연과 ‘다른 별에서 온 스님’ ‘말하는 호랑이’ 등의 캐릭터는 극적 긴장감과 신선함을 높인다.

이자람 역시 판소리 ‘흥보가’ 원형을 토대로 자유자재로 음악을 변주하고 새로운 사운드를 입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흥보가’의 눈대목을 가져와 음악의 격을 높이는 한편, 리드미컬한 현대음악을 더해 창극이 가진 음악적 매력을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판소리에서 고수가 반주하는 북 장단을 음악적으로 확장시킨 것이 이번 작업의 콘셉트가 이색적이다.

또한 창극 ‘흥보씨’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층 무르익은 기량을 뽐내고 있는 국립창극단 20대 30대 남자 배우들의 약진이다. 김준수, 최호성, 최용석, 이광복, 유태평양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트로이의 여인들’ 등 최근 국립창극단 작품의 이면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던 이들이기도 하다.

남남 듀엣 흥보 역 김준수와 놀보 역 최호성, 감초로 활약할 마당쇠 역 최용석, 안정된 소리와 공력을 바탕으로 판소리 ‘흥보가’의 ‘흑공단타령’과 ‘제비노정기’를 각각 독창할 원님 역 이광복과 제비 역 유태평양까지 모두 서로를 독려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의 환상적 브로맨스가 기대된다.

문의 전화 02) 2280-4114

출연진 프로필 & 한 마디

김준수 (흥보 역)

- 박금희·유미리 사사

- 2013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 금상, 2013 국립국악원 온나라 전국 국악경연대회 일반부 금상, 2010 국립창극단 ‘내일의 소리, 내일의 명창’ 선정, 2009 국립극장 ‘차세대 명창’ 선정

- 창극 ‘미녀와 야수’ 야수 역, ‘트로이의 여인들’ 헬레네 역, ‘오르페오전’ 올페 역,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몽룡 역, ‘숙영낭자전’ 선군 역, ‘메디아’ 이아손 역, ‘서편제’ 어린 동호 역, ‘배비장전’ 배비장 역,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몽룡 역 등

“창극 <흥보씨>는 기존 흥보가와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죠. 흥보는 순진하고 바보 같은 캐릭터예요. 이 세상을 살면서 흥보처럼 살기가 쉽지 않겠지만 착하게 살아본다면 언젠가 나중에 다 복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최호성 (놀보 역)

- 안숙선·윤진철·염경애 사사

- 제11회 임방울 전국 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 2008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전체 대상

-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메넬라오스 역, ‘아비. 방연’ 왕방연 역,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변강쇠 역,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도창 역, ‘내 이름은 오동구’ 오동구 역,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 등

“극중에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사실 이 시대의 진정한 흥보입니다. 그래서 못된 놀보 역할이 선량한 저에겐 좀 힘들었습니다.”

유태평양 (제비 역)

“연습하는 과정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까불고 여심을 흔드는 역할을 제가 언제 어디서 해보겠습니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역할이어서인지 즐겁게 연기했습니다.”

- 최승희·김미정 사사

- 2012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일반부 판소리 차상, 2011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 은상, 2010 온나라 전국 국악경연대회 일반부 판소리 금상, 2007 완산전국국악대제전 고등부 대상

- 창극 ‘미녀와 야수’ 동경이 역, ‘코카서스의 백묵원’ 시몬 역, ‘아비. 방연’ 송석동 역, ‘적벽가’ 조자룡 역,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변학도 역, ‘메디아’ ‘배비장전’ ‘오르페오전’,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심청이 온다’ 등

최용석 (마당쇠 역)

- 최승희·김미정 사사

- 2012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일반부 판소리 차상, 2011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 은상, 2010 국립국악원 온나라 전국 국악경연대회 일반부 판소리 금상, 2007 완산전국국악대제전 고등부 대상

- 창극 ‘미녀와 야수’ 동경이 역, ‘코카서스의 백묵원’ 시몬 역, ‘아비. 방연’ 송석동 역, ‘적벽가’ 조자룡 역,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변학도 역, ‘메디아’ ‘배비장전’ ‘오르페오전’,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심청이 온다’ 등

이광복 (원님 역)

- 김수연 사사

- 2002 국립극장 ‘차세대 명창’ 선정, 2005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일반부 장원, 제4회 구미전국국악대제전 종합대상

-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탈튀뷔오스 역, ‘아비. 방연’ 수양대군 역, ‘적벽가’ 조조 역,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몽룡 역, ‘숙영낭자전’ 선군 역, ‘서편제’ 중년 동호 역, ‘배비장전’ 방자 역, ‘춘향2010’ 몽룡 역, ‘로미오와 줄리엣’ 로묘 역, ‘내 이름은 오동구’ ‘산불’ ‘적벽’ ‘청’ ‘수궁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몽룡 역, ‘놀보가 온다’ 마당쇠 역 등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특이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등장인물에 따라 음악이 많이 달라져요. 캐릭터가 음악에 녹아서 어우러진 극이라 생각합니다. 기존의 것을 바꾼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이 추가된 셈이지요."

한요나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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