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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과 사랑을 함께 담은 노래 모음집 [엄마의 노래]여성뮤지션 10인의 10곡
  •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 승인 2021.10.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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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모두 엄마가 있다. 세상에 엄마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흔히들 엄마는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 본능 같은 모성이 당연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제는 출산이 선택이며, 모성은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꿈을 버려야 했던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남몰래 감춰야 했던가. 아이를 낳고 다음 날 바로 논으로 밭으로 일하러 나가야 했던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라는 이름이 가시면류관처럼, 족쇄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실제로 엄마인 여성 뮤지션 10명이 함께 만든 [엄마의 노래]를 들으면서 모성의 신화를 재확인하고 싶지 않다. 

엄마로 살아가는 일이 온전히 기쁨뿐일 리 없고, 행복만 가득한 꽃길뿐일 리 없기 때문이다. 

 

음반에 참여한 말로, 박새별, 유발이, 허윤정, 강허달림, 조동희, 융진, 임주연, 박혜리, 장필순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부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로 두 장의 음반으로 나눠서 발표한 10곡의 노래에는 엄마가 아닌 삶이 지워지지 않는다. “새벽 다섯시 반 / 잔 것 같지도 않고 / 푸석한 얼굴 / 무거운 몸을 일으켜 // 어느새 어른인데 / 이제 나도 엄마인데 / 여전히 어린 가슴속 엄살들에 // 엄마, 괜찮아 / 잘 지내 / 엄마, 난 괜찮아 / 난 잘 지내 / 엄마 -” 라고 노래하는 유발이의 노래 <엄마, 괜찮아>가 대표적이다. 

세상의 누구도 엄마로 태어나지 않는다. 엄마도 엄마로 사는 게 처음이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사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친숙해지는 것은 오래 함께 살며 부대끼고 이야기 하고 싸우고 토라진 후의 일이다. 그러므로 [엄마의 노래]에 담은 10곡의 노래는 엄마가 되어가면서, 엄마이자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배우며 깨닫는 이야기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10명의 여성뮤지션들은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음악의 어법으로, 자신의 엄마살이를 노래하고 연주한다.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는 7월에 태어나 청소년이 된 아이의 꿈을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노래한다. 염려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 말로의 목소리는 이제는 지켜보고 응원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는 엄마의 크낙한 사랑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한다. 

이토록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이토록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박새별의 노래는 노래의 모든 순간마다 사랑이 넘친다. 노랫말과 노래하는 목소리, 피아노와 모든 연주는 엄마의 사랑에 담뿍 적셔진 듯 촉촉하다. 

 

반면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 유발이의 노래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고 더 깊이 교감하게 되는 과정을 들려준다.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의 곡 ‘밤꽃’은 엄마 품에서 잠든 아이처럼 자신도 꿈꾸는 존재임을 고백한다. 엄마의 꿈은 품에 안은 아이로 피고, 밤에 핀 꽃으로 피고, 아이와 꽃을 함께 바라보는 엄마의 눈망울에도 피었을 것이다. 몽롱한 연주를 더해 음악의 사운드를 확장하는 곡은, 이 음반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음반으로 듣지 말아달라고 권한다. 

엄마이며 뮤지션이고, 뮤지션이며 엄마인 이들에게는 이 모두가 중요한 자신의 삶임을 넌지시 그러나 분명히 말한다. 

가없는 사랑을 고백하는 강허달림의 노래는 자신의 아이인 조강은의 목소리를 더한 어린이 노래 같은 호흡으로 눈물나게 찡하다.

일방적인 엄마의 사랑을 쏟아붓는 대신 너로 인해 나도 행복했고, 그만큼 미안했음을 인정하는 조동희의 노래 <꽃사과>는 엄마와 자식이라는 역할과 관계가 계속 만들어지고 쌓이는 것임을, 그래서 영원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융진의 노래 <내게서 온 사람>에도 아이의 인생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엄마의 마음이 따스하다. 언니 혹은 동생이 될 수는 없냐고 묻는 임주연의 스타일리쉬한 노래 <Mother>에서는 오래 함께 살아가는 관계에 대한 바람이 반짝인다. 더 좋은 내일을 다짐하는 박혜리의 노래 ‘가장 오래된 닻’는 엄마가 되는 일이 사랑을 주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랑을 받고 배우며 꿈꾸는 일임을 확인시킨다. 엄마로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고단함을 모두 숨기지 않는 장필순의 노래 ‘My World’ 역시 엄마이기만 한 삶을 노래하지 않음으로써 엄마의 노래를 더 깊고 소중하게 만든다. 자신의 삶으로부터, 꿈으로부터 길어 올린 노래는 진실하지 않을 수 없다.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https://www.youtube.com/watch?v=9wnFU-5hE28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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