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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의 국악 칼럼] 국립국악원, 국민의 국립기관이 되어야 한다

국립국악원이 개원한 지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국립국악원은 ‘민족음악을 보존·전승하고 그 보급 및 발전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으로서 국악 진흥과 발전의 컨트롤 타워이다.

국립국악원 직원들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가끔 만나 이야기해보면 실력도 탄탄하고 나름대로 국악진흥을 위한 책임감과 소명감을 갖고 일하는 분들이 많아 마음이 든든하다.

그런데도 국립국악원이 국악의 본원으로서 민족음악을 보존·전승하고, 그 보급 및 발전을 위하여 얼마나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지 평가해 달라는 한다면 후한 점수를 주기가 망설여진다. 그 이유로서는 국악원 자체의 분명한 비전 설정과 단계별 중장기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아 방향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을 해서인지, 아니면 세워져는 있으나 국악원 자체의 수행 의지가 허약하다고 보아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국악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보아서인지, 아니면 복합적 이유인지는 한참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국립국악원에 최소한의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 국악 예술가 및 전문가, 즉 국악 생산자 우선 정책에서 수요자 즉 국민 중심 우선 정책으로 전환해주기를 바란다. 그에 대한 대책과 실행이 빈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둘째, 국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수요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수요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국악진흥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수요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국악과 친근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초등 교육기관에서의 조기 국악 교육은 필수적이며, 평생교육 관점에서 일반 국민에 대한 생활 국악의 활성화는 수요기반을 탄탄하게 해주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악의 조기 교육과 생활국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악원 나름의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국립국악원 지방분원 설립을 더욱 강력히 추진해주시기 바란다. 국립국악원 지방분원은 전북, 전남, 부산 지방분원 설치의 성공적 사례를 일찍이 경험하였으나 2008년 부산국악원 설립을 끝으로 12년간 강원, 충북, 충남, 경북 지방은 아직도 소외 지역으로 남아 있다. 국립국악원 지방분원은 전통예술 전반과 지역의 특성을 결합하여 전통예술의 창조적 발전을 이끌어내는 지역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교육과 문화관광, 그리고 국제문화교류 사업에까지 역할이 미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넷째, 국악연구실의 기능을 더욱 활성화해주기를 요청한다. 국악의 아카이브와 DB 구축과 같은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미래를 향한 콘텐츠 개발 및 확보 등 국악 콘텐츠의 확보 경로를 다변화하고 질적, 양적 확대를 해주길 바란다. 또한, 그로 인하여 축적된 콘텐츠와 창작개발의 연계 활성화에 노력해 주기 바란다.

다섯째, 문화 산업적 차원에서 미디어를 통해 국악의 일상화, 국악과 방송, 영화, 만화 등 문화 콘텐츠와 연계를 위한 소재 발굴과 콘텐츠 DB 제작, 스마트 미디어 등 신기술을 통해 국악을 알리고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 인문사회과학과 융합하는 국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등 외부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국악 문화의 기반을 마련해주기를 요청한다.

여섯째, 국립국악원이 국악진흥을 위하여 내부고객은 물론 정책고객과의 소통의 채널을 더욱 확장해주었으면 한다. 소통의 확장은 정서에 호소하거나 구호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하여 가능하다. 국립국악원은 내부고객에 해당하는 우수한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먼저 내부고객과의 소통의 민주화 및 시스템을 확장해주기를 요청한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정책고객인 한국국악협회를 포함한 국악 관련 기관 및 단체, 국악 교육기관, 전문 국악 예술인, 국악 전문 공연예술단체, 국악 동호인이나 단체, 일반 국민과의 소통을 확장하여 그들이 국립국악원이 어떠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지, 무엇에 힘들어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주려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상시적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일곱째, 국립국악원이 직접 사업을 만들어 주도적으로 펼쳐나가기보다는 실태조사를 면밀히 하여 민간 차원에서 하는 국악 활동이 착근되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는 허브나 플랫홈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한두 가지 예를 들면 민간 차원의 국문 혹은 영문 국악 포털 사이트들이 있는데 매우 힘겹게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것이 경쟁력을 갖고 착근될 수 있도록 국립국악원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동국악교육협회와 같은 전국 규모의 민간 교육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아동국악교육 콘텐츠들을 개발하고 있는데 국립국악원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준다면 좀 더 탄탄한 콘텐츠들이 개발될 것이며 그 혜택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여덟째, 국립국악원 내에는 공연 공간들이 있어서 우리나라 전통공연예술을 견인해 나갈 수 있는 선도적이고, 품격 높은 공연을 제작하고 기획, 운영하는 일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기획함에 있어 국립중앙극장이나 정동극장, 한국의 집, 그리고 민간 공연예술단체에서는 할 수 없는 국립국악원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품격 있고 선도적인 공연을 기획해주기를 바란다. 예를 들면 국립국악원이 주관했던 고궁 공연 '창경궁의 아침'이나 국가브랜드공연 ‘왕조의 꿈 태평서곡’ 같은 것은 우수사례라 할 수 있다.

아홉째, 국립국악원의 설립목적 중 하나인 ‘민족음악을 보존·전승’하는 일은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민족음악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기반 구축 및 지원을 주요 업무 중 하나로 하는 문화재청의 업무와 상당 부문 중복된다. 건국 후 지금까지 양 기관의 협업체계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가 최근 들어 문화재청 산하 무형문화유산원에 국립국악원의 연구관이 파견 근무를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양 기관은 서로 간의 역할분담을 논의하고, 정보공유와 협업체계를 더욱더 강화해주기를 바란다.

열째, 국립국악원의 또 하나의 설립목적인 ‘보급 및 발전’ 부분은 국립국악원의 고유 업무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국악방송도 국악의 보급과 발전을 위하여 설립되었는데 나의 정보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국립국악원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국악방송이 정례적인 협업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또한 안타까운 일로서 개선되어야 할 일이다.

열한째, 국립국악원은 국악의 보전과 진흥의 본원과 같은 곳이므로 당연히 미래 우리 국악을 이끌고 갈 영재를 육성하고 있는 국립국악중고등학교,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더 나아가서 국악 관련 각 대학 학과와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시 소통 채널을 가동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또한 국립국악원이 그 역할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국립국악원은 우리 국악을 이끌고 갈 영재를 육성하고 있는 교육 기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시 소통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국립국악원에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최소한의 부탁을 드리는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국립국악원은 국악진흥의 본연의 업무 수행과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보존과 국민의 문화생활을 향상함으로써 문화국가 지향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립기관이자 국악의 본원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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