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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논평] 음악의 본질은 음(音)일까? 악(樂)일까?_<2021교향악축제> 지휘자들의 선택절정을 만드는 힘이 지휘다
서울시향_오스모 벤스케 지휘

지휘자들의 지휘법-‘지휘 예술’은 음악을 완성하는 목표인 동시에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는 각자의 음악적 이상과 이념을 위해 자신만의 지휘법을 구사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 지휘자들에게도 각양각색의 여러 유형별 지휘법이 있어 흥미를 돋우는데, 우리 지휘자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4월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교향악축제가 열려 현재 매일 밤 새로운 지휘자와 교향악단의 연주가 펼쳐지고 있어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21명의 지휘자가 이끄는 21개 교향악단의 색색 연주는 실연(LIVE)연주여서 연일 돌발적이고 이례적인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기대와 실제의 차이, 이러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일회적인 라이브 공연만의 특별한 재미라 할 수 있다.

지난, 10일 서울시향의 연주에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는 자신의 조국 핀란드의 민족음악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연주했다. 무난한 연주를 보였으나 특별한 감흥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2% 부족한,, 아쉬운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협연자의 ‘브람스’ 연주에서 바이올린과 첼로의 두주자들은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솔리스트의 역량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해 두 악기가 대화하듯 조응하는 음악의 묘미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는데, 이를 통솔하는 지휘자의 방식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후 이어진 앵콜곡에서 보여준 이 듀오의 감미로운 실내악적 선율이 상당히 감흥 있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스모 벤스케 지휘자는 평소의 유연함에 더해 적극적이고 열렬한 동작으로 리드하며 악단을 통솔했는데, 각각의 ‘音(음악)’보다 ‘樂’에 더 방점을 두지는 않았을까? 결국 음과 악은 함께여서 음의 완성도가 락에 이르게 되는 것일테지만, 그 방식에서 오늘날은 지휘자의 흥겨운 자세 혹은 멋진 동작을 즐기며 선호하는 추세이기에 굳이 양자의 선택은 결국 지휘자의 몫일 것이다.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 Sergiu Celibidache

20세기 거장 지휘자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20세기의 위대한 지휘자들 중 카라얀처럼 다방면에서 실력을 발휘한 지휘자는 말할 것도 없고, 특정한 레퍼토리로 정통 사운드를 고집하는 지휘자도 존재한다. 말년에 이르러서야 브루크너 교향곡의 스페셜리스트로 추앙받았던 귄터 반트 같은 지휘자가 있는가 하면, 훌륭하고 힘 있는 음악교사이기도 했던 레너드 번스타인 같은 지휘자도 있다. 교육자의 기술과 시인의 감각을 지녔다고 하는 번스타인의 힘은 ‘다채로움’에서 온다고 한다.

물론, 독설로 유명했던 첼리비다케 같은 지휘자에게 “번스타인은 아예 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번스타인은 무엇보다 음악의 즐거움을 역설하며 음악의 신비를 풀려고 했던 지휘자로 존경 받는다.

 

- Bruckner Symphony No 6 Celibidache Münchner Philharmoniker 1991

https://www.youtube.com/watch?v=CIU4m-PWd6U&t=4s

 

한편, 20C 초 대표적인 거장 지휘자로 꼽히는 푸르트벵글러와 토스카니니는 괴테와 실러처럼 대조적으로 비견되기도 하는데, 토스카니니가 음표 자체의 질서를 숭배했다면, 푸르트벵글러는 음표 너머의 세계를 추구하며 심원한 영혼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내한공연을 한 적이 있는 소프라노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는 푸르트벵글러의 지휘에 대해 “그의 동작은 눈에 보이는 음악의 물결 이었다.”고 말했는데, ‘부드러운 혼돈’ 으로 불렸던 그의 지휘 자세로 인해 음악의 불꽃이 타올랐다고 해도 단원들에게는 언제 음을 내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었다고도 하니, 청중과 단원들에게 비치는 지휘자의 모습은 또 제각각인 셈이다.

 

모 지역 교향악단에서 ‘말러 시리즈’로 이름을 높인 지휘자가 공석인 그 악단에 다시 입성하려고 했더니, 단원들이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그의 높은 강도의 연습량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어떻든 음악적 완성도의 목표를 향해 기량을 높이고, 수준 높은 악단으로 단련하기 위해 단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과제가 지휘자의 몫이다. 지휘자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을 하고, 음악의 절정에까지 도달해 음악의 감흥을 전달해야 한다. 음악의 절정을 만드는 힘이 지휘다. 지휘자는 음악의 클라이맥스로 청중을 이끌어야 한다. 벅찬 감동의 물결이 요동칠 때, 그때 객석에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박수가 터져 나온다.

21세기는 친화력의 시대다. 무조건적인 부소불위의 권력형 지휘자의 시대는 갔다. 정확한 음악적 해석과 실력을 겸비하고 단원들과 친화적인 소통력을 키워야 하는 것 또한 지휘자가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이다.

 

2021년 교향악축제가 이제 중반을 넘어섰다.

높아진 기량, 다채로운 선곡.. 그러나 아직, 감격스런 연주는 없었다. 벅찬 감동의 물결로 기립박수가 울리는 연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전개된 12개 연주에서 드러난 이모저모,, 첫 연주에서 오는 긴장감으로 평소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다가 곧바로 회복한 모습을 보인 솔리스트, 여러 악단을 돌아 역량이 높아진 지휘자들의 발전된 모습, 음악의 미세한 숨결보다 ‘프로그램 뮤직’ 같은 음악만들기로 음악의 맛이 잘 감지되지 못한 외국 지휘자, 등등... 이러저러한 축제의 뒷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이제, 9개 악단의 연주가 남아있다. 20년, 40년, 6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교향악단들이 있다. 9개의 악단에서 펼쳐질 9명의 지휘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들이 선택한 지휘예술의 방식은 무엇일까? 지휘자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음악적 물결과 역동적인 비팅으로, 과연 음(音)이 악(樂)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기다려본다.

 

마시모 자네티_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홍석원 지휘자_광주시향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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