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인간과 인류의 존재 가치, 감각으로 웅변하다_김성한 안무 <비트사피엔스>

중앙 경사진 무대를 한 남자가 서서히 기어오른다. 비트, 인류 최초의 느낌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여러 인물이 분할된 영상 나온다. 클래시컬한 음악속에 남자 2명, 여자 2명이 하나하나의 움직에 의미를 부여하듯 움직인다. 비트화된(조각난) 미래 인류를 현실에 소환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탐색한 <비트사피엔스>(2020.2.1.,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이다. 2017년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초연한 이후,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맞는다.

‘비트사피엔스’. 컴퓨터 정보처리 저장 최소 단위인 ‘비트(bit)’와 인간의 학명(學名) 중 생각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무대언어에 맞게 조어했다. 이번 작품명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 김성한 안무자가 가진 세상을 향한 눈, 창작을 향한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다. 역시나 그가 안무한 일련의 작품을 보자면, ‘철학과 문학’, ‘오늘과 내일’, ‘미추(美醜)’가 공존하고, ‘존재와 사유’의 문답을 세련되게 담는다. 유럽에서의 오랜 무용 생활과 여러 안무작에서 발견되는 감각적인 창작 작업에 바탕한다. 인간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제2의 본성’ 또는 ‘본질’의 의미를 가진 단체명 ‘세컨드네이처(second nature)’가 그와 그의 작품 세계를 웅변한다.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 오늘 무대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2인무 후, 4명이 가변형 구조물로 이동한다. 전자음악은 속도를 더한다. 야광 안경쓴 무용수들 모습에서 진화된 비트, 무언가를 갈구하는 비트의 모습이 그려진다. 완성을 위한 탐구요. 진화에 진화를 더하는 모습이다. 때론 격렬한 음악속에서 진행된다. 설계되고, 저항하는 자아. 최후와 탄생이 점철되는 비트사피엔스. 꿈과 현실이 충돌되고 부서지는 인류의 모습이 미래와 현재를 넘나든다. 어느 순간 붕괴된 자아를 통해 들여다 본 인간성 회복에 대한 메시지가 눈앞에 멈춰 서 있다. 미래와 현재, 과거와 미래,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을 경사진 무대 공간성에 담고 담는다. 시간의 역주는 무용수가 경사진 무대를 향해 뛰고, 구르고 넘어지는 장면에서 폭발한다. 기하학적인 구조미는 각 장면마다 보는 이의 심장 ‘비트(beat)’를 높이게 하는 영상미 가세 덕분이다. 무대 연출을 리드하는 영상에 분사되고, 집중케 하는 조명 또한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이 작품이 종합 무대예술로서 가치를 발하는 순간이다.

 

세컨드네이처, <비트사피엔스>

 

철학과 기술이 적절히 융합되어 인간과 인류의 존재 가치를 세련된 감각으로 웅변한 김성한의 ‘비트사피엔스’. 내일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코로나 사태 속에서 더욱 보석 같다. 안무적 통찰은 따뜻한 가슴을 통해 길어 올릴 수 있음을 재확인한 시간이다.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

 

김성한 안무가

 안무가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현대무용조합 COOP_CODA 이사장

국립현대무용단 이사

(사)한국현대무용진흥회 부이사장

(사)한국무용협회 현대무용분과위원장

(사)보훈무용예술협회 부이사장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